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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1명의 1등보다 100명의 1등을 위한 교육

 

오늘날 우리 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키워드는 ‘변화와 개혁’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지 않았던 때는 없었지만 유독 지금의 변화와 개혁은 급격하고 또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강하게 묻어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달 22일자로 끝난 경기도 중등교장자격 1차 연수에서 그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학교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격연수이니만큼 국내 최고의 강사들을 모셨는데, 강의한 내용은 급격한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학교와 교사 그리고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우리 교육 현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교육의 변화가 사회변화의 속도에 못 미친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교육과정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미래형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된다.

교실도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욕구를 만족시키고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교과교실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교사들도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교장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교장 자격 연수를 받는 사람들은 5월부터 당장 교장공모제 대상자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장연수생들은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또 틈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교장공모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 개혁의 움직임을 밖에서 보는 사람들과 직접 교육현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체감 온도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교육은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이 변하고 학교가 변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또한 교육은 그 자체로 경쟁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변화가 치열한 교육경쟁의 틀 속에서 오직 한 가지의 목표만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교육경쟁에서 도태되면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는 이상한 신화들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치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의 틀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작용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침대의 크기에 맞게 사람을 잘라버리거나 늘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경쟁의 잣대로 모든 교육적 담론들이 형성되고 또 해석되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아닌가?

우리 주위를 한 번 돌아보자. 교육경쟁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의해서 수많은 아이들이 늘여지거나 잘려지고 있다. 왜 우리는 한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대 변화에 역행하면서 살아가도 행복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대부분 학교들의 비전은 글로벌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양성이고, 모두가 명문학교로 변화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문학교라는 것도 천편일률적으로 아이들을 명문 학교에 많이 진학하는 학교이다.

미래형 교육과정도 교과교실제도 교원평가도 교장 공모제도도 모두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에서 나온 것이다.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이러한 교육정책들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교육경쟁으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교육당국이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교육소외자들을 대상으로 힘겹게 교육을 하고 있는 대안학교들은 이중의 소외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참신한 교육적 상상력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며 수많은 대안학교들이 세워졌지만 이제는 대부분 입시경쟁을 강조하는 학교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소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적 삶을 거부하고 변화에 오히려 역주행하려는 아이들이 갈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침대에서 잘려나가는 수많은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100명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 한명만 1등이 되지만 모두가 자기가 달리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가 1등이 된다”는 어느 유명한 수필가의 글귀가 생각난다. 우리는 지금 교육경쟁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정초돼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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