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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동국대 갤러리가 마비된 까닭

 

16강 문턱에서 좌절된 26일 일부 네티즌들이 우루과이전 패배에 대한 분노를 비정상적으로 쏟아 내고 있다. 이동국은 우루과이에 1-2로 지고 있던 후반 42분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악성 네티즌들은 디시인사이드의 동국대 갤러리로 몰려가 욕설을 도배하는 추태를 보였다. 단순히 이동국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동국대 갤러리에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스타디움에 쏠려 있던 지난 23일.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갖고 있는 김남일은 나이지리아와의 조별예선 B조 3차전 경기에서 2-1로 앞서가던 후반 19분 염기훈을 대신해 경기장에 투입된 지 4분 만에 페널티지역에서 나이지리아 선수에게 반칙을 범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 터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페널티킥으로 김남일이 2-2 동점골을 허용한 것을 놓고 경기 직후 그의 경기를 비난하며 김보민 씨 미니홈피를 찾아 비난을 쏟아냈다. 같은날 오후 5시 현재 김보민 씨 미니홈피엔 47만여 명의 누리꾼들이 방문해 1만개가 넘는 글을 남겼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를 비겼다”며 “진공청소기가 고장 났냐, 로우킥 잘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이 4-1로 패한 뒤, 역시 일부 누리꾼들은 패배의 원인을 놓고 차두리 선수 대신 투입된 수비수 오범석의 부진 때문이라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오범석 선수는 18일부터 미니홈피의 사진첩과 방명록을 다는 등 사실상 홈피를 폐쇄했다. 홈피 배경음악으로 가수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비켜줄께’를 올려놔 축구팬들은 오범석의 마음고생이 심한 것으로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남일 선수의 부인 김보민씨의 미니홈피는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 댓글 대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많아지며 자정 움직임이 일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도를 넘어선 의견표출이 이성을 잃은 무분별한 행동이라는 판단이다. 운동선수들은 컨디션과 개인기량, 그리고 개인적인 성격에 운도 따르는 경우가 다반사 인데 선수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네티즌들의 처사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6.2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이후 야당의 주장과는 달리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 퍼져 나가고 있다. 정책적 비판이나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논리적 지적이 아니라 근거도 없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일부 누리꾼들은 유언비어를 퍼나르며 촛불시위 촉발을 부채질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주요 포털사이트들에 따르면 일부 누리꾼들이 황당무계한 4대강 괴담을 퍼나르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선동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4대강 사업을 하면 건설사에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고 그중 일부가 리베이트로 정계에 흘러간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특히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당시 사이버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괴담과 비슷한 유형의 유언비어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면서 누리꾼들을 현혹하고 있다. 주요 포털에서는 “산강 승촌보와 낙동강 상주보의 관리 수위가 주위 마을이나 농경지보다 높아 보가 건설되면 마을이 모두 잠긴다”는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얼마 전 외부 전문가 그룹에 용역을 의뢰해 받은 ‘대통령 이미지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 대상자의 41%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44%의 조사 대상자는 이 대통령을 ‘무조건’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들 그룹은 대통령이 일을 잘하건 못하건 무슨 일을 해도 그냥 싫어하며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보 중도’ 성향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이들은 선호하는 인물로 유시민 전 장관, 한명숙 전 총리를 꼽았다.

이번 6.2지방선거 결과는 20~30대로 분류되는 검지족들이 갈랐다고 한다. 이들이 인터넷상의 괴담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도 없이 마구잡이로 퍼나르고 또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합리적인 생각과 이성을 토대로 분석해서 도출해낸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런 여과과정 없이 ‘무조건 싫다’고 재단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걸릴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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