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9년 현재 49.2%로서 남성의 73.1%에 비해 매우 낮다.
정책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2000년의 48.8%에 비해 약간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2008년 현재 OECD 국가의 평균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인 61.3%와 견주어 봐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경기도의 경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47.8%)은 전국 평균에 비해서 낮은데, 성별 격차(27.3%p)는 더 큰 편이다. 왜 그럴까?
여성고용의 특징을 남성과 비교할 때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는 것과 더불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M자형 곡선’으로 표현되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변수가 ‘자녀’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자녀의 존재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미취학 아동만이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양육은 ‘보육’의 기능만큼이나 ‘교육’의 기능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국가나 사업체의 양육지원체계보다는 경제력과 친족자원 활용을 통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것이 바로 ‘낮은 출산율’이라는 현상이다.
이 시점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다시금 주목받게 되었다. 더이상 여성들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임을 간파한 국가는 서둘러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족친화제도 도입, 보육시설의 다양화 등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결혼지원, 출산장려금 지급, 다자녀가구 우대 등과 같이 단기적인 출산장려책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사실은 성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게 나타나는 선진국의 사례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09년 여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ment) 순위에 따르면 1위는 스웨덴, 2위는 노르웨이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상대적으로 출산율도 높은 나라이다. 결국 성평등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한국노동패널조사자료(KLIPS)를 이용해 여성노동자의 고용조건이 출산에 미치는 효과를 파악했다. 그랬더니 고용조건을 나타내는 변수들이 모두 출산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에 비해 전일제 근로자가 출산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사실은 일·가정 양립을 이유로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공무원과 민간부분에서 일하는 여성의 출산 자녀 수를 비교한 또 다른 연구의 결과도 비슷하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여성의 경우 민간부분에 일하는 여성보다 평균 0.67명 정도의 자녀를 추가적으로 출산하고 있다. 공무원은 대표적인 고용안정성이 확보된 직장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고용에 정책적 관심을 갖는다면 그 방향이 근로시간 유연화와 같이 여성을 또다시 주변화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여성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결국 노동시장에서 성차별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한 사회가 합의하고 있는 평등에 대한 인식과 수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변화도 그만큼 더디다. 결국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낮은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것은 그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이제 고민의 축이 ‘얼마를 주면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