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현칼럼] 자연의 ‘기습’ 어찌할건가
[안병현칼럼] 자연의 ‘기습’ 어찌할건가
  • 경기신문
  • 승인 2011.08.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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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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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실장
인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은 인간을 아주 쉽게 가둔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불고 이상고온이 지속되는 것을 인간이 어찌 하겠다는 건가. 지금이 여름 휴가의 피크다. 그러나 해수욕장이나 피서지는 한산하다. 연일 비가 내린데다 태풍이 북상중이어서 하늘은 찌뿌둥하고 기분이 영 내키지 않는다. 피서지 상인들이 울쌍이다. 자연은 사람들의 소득까지 영향을 미친다. 8월 둘째주로 이어지는 피서 절정기를 맞고 있지만 장마에 이은 국지성 호우와 이상저온이 계속되고 서울 등 수도권이 엄청난 물난리까지 겪으면서 피서경기가 실종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속초해변에 이어 경포 해변 등 동해안 94개 해변이 일제히 개장해 운영 중이지만 햇볕을 찾아보기 어려운 궂은 날씨와 중부권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서철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주변 상인들은 울상이다. 요즘 화제는 단연쿄 비다. 수일째 계속되는 비는 생활패턴은 물론이고 사람의 심성에도 영향을 미친듯 하다. 우비와 장화가 날개 돋친둣 팔려나가고 음식업계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가 여름철 서민경제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말다툼과 짜증이 늘은 것도 요즈음의 일이다.

이번 우기에는 도대체 비가 얼마나 내렸을까. 올해 7월 한 달간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무려 1천311.0㎜. 기상을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7월 기록으로는 1940년(1천364.2㎜) 이후 두 번째다.

최근 30년간 7월 평균 강우량(394.7㎜)의 3.3배나 된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례적인 기상 기록이다. 지난달 27일 하루 동안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301.5㎜로 7월 강우량으로는 최고치고, 일일 강수량으로는 1920년과 1998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지난해 8월 전국의 열대야(아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평균 일수는 2000∼2009년의 평균 열대야 일수보다 3배 많은 9.2일이었다. 6∼8월 92일 중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았던 날은 81일이나 됐다. 이렇게 집중호우와 이상 고온이 계속되자 일각에선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가 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 5월 안산시 대부도에 열대, 아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검은바람까마귀’가 날아와 먹이를 찾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남해 동부해역 34개 정점에서 조사한 결과 남해 상주와 거제 연안에서는 그간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미기록종인 갈치베도라치와 갯가재류 등이 각각 출현하는 등 아열대 생태계가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반도는 겨울에 눈이 오고 봄, 가을엔 비가 내려 우기에만 비가 집중하는 아열대기후에 진입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덮친 올해와 지난해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월4일 서울엔 1937년 이래 최고인 25.8㎝의 눈이 왔다. 올해 1월16일엔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8도까지 떨어졌고 부산은 영하 12.8도로 96년 만에 가장 센 한파가 몰아쳤다. 올해 1월3일과 2월11일에도 포항과 영동지역에 폭설이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이처럼 근래에 보기 드문 폭설과 이상한파가 계속되자 “신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례적인 날씨가 우리나라 같은 온대 기후지역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수치라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몇 년간 여름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아열대 기후가 된 것은 아니지만 평년의 강우량이나 기온에서 크게 벗어나는 날씨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은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대륙이나 해양 공기가 한쪽이라도 바뀌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연은 시도 때도 없이 인간에게 찾아온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대비할 시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 집중호우에서도 보았듯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리는 비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배수시설 등 도시의 방재개념이 선진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기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자연의 ‘기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 피해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다. 예방하고 대비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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