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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한·미 FTA, 한반도 긴장완화 기틀 마련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 자신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기업들 간 연합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 세계화 시대의 특징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타 얼라이언스’와 ‘원 월드’를 예로 들었다.

이들 항공사 연합은 서로 예약 코드를 공유해 파트너 항공사 고객에게 좌석을 예약해 주고, 마일리지를 상호 인정해 주며, 고객들에게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러 항공사의 연합이 단일 항공사로서는 불가능한 부가 서비스, 즉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런 종류의 기업 연합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전 세계 곳곳에 구축되고 있는 오늘날, 연합을 결성하고 관리할 줄 아는 최고 경영자의 존재야말로 세계화 시대에서 모든 기업과 국가가 갖춰야 할 필수 자산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프리드먼의 통찰은 국가 간의 연합과 협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이 특히 그러하다. 중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상하이협력기구(SCO)는 FTA와는 좀 다른 성격이지만 이 또한 특정한 세력권을 견제하기 위한 지역 협력 기구라는 점에서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오래동안 중동 지역에 발이 묶여 있던 미국이 동아시아에 귀환한 것을 상징하는 것이 동아시아지역정상회의(EAS) 가입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이다. 중국이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경제 통합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적극적 행보를 보임에 따라 벌써부터 미·중 관계가 동아시아 경제 질서의 큰 축이 되고 있다. 요약해 보면 오늘날 동아시아 질서에서 두드러진 테마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귀환이며, 지역 통합이 정치 외교적 동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지역 통합 전략의 핵심은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이다. 한·미 FTA는 물론 진행 중인 다른 형태의 FTA 논의도 이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미 FTA가 동아시아 질서와 남북 관계에 던지는 지경학(地經學)적 함의는 매우 함축적이다. 우선 앞으로의 한·중, 한·일, 한·중·일 FTA 등에 대한 논의는 한·미 FTA를 상수로 하면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에서도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관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미 FTA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간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을 내장하고 있다.

프리드먼의 통찰대로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한 요소라면 우리는 이제 FTA를 네트워크 확대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평가해 봐야 한다. 안보 동맹과 경제 통합 등 여러 네트워크를 중첩적으로 구축하는 가운데 각 네트워크 내부의 파트너와는 공동 이익을 넓히고 가급적 넓은 이익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되 편 가르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또한 네트워크의 외부 행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야 하지만 그 운용은 조용한(low-key)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미 FTA는 우리 대외 정책의 기축이지만 한·중, 한·일, 한·중·일 FTA도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면서 남북 관계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네트워크임을 감안해야 한다. 한미 동맹과 한·미 FTA를 바탕으로 하되 한중 관계에서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면서 공통의 이해관계 영역을 넓혀가는 연미연중(聯美聯中)의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 기조 아래 우리 나름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동북아의 지경학이다. 스마트한 경제 통합 네트워크가 창출해낼 새로운 부가가치가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김병섭 외교안보연구원 경제통상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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