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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향] 가족이라는 우산 아래는 늘 훈훈하다

 

행복, 누구나 원하고 꿈꾸는 삶이다. 팔불출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한마디 해야겠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가족생일은 으레 집안 식구 모두 모여 식사를 함께하고 선물을 주며 축하를 해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저녁에 식당이 예약돼 있다. 그런데 올 아내의 생일은 달랐다. 이른 아침 세 며느리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 부모 집을 찾아와 아침식탁을 차려주었기에 그렇다. 큰며느리는 미역국과 부침이, 둘째며느리는 잡채와 불고기, 전, 막내며느리는 팔보채를 만들어 왔다. 내 생일은 아내가 미역국을 끊여주니 며느리들이 그럴 필요가 없다. 아내 생일은 본인이 직접 끊여 먹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며느리들이 아침식탁을 마련한 듯하다. 물론 내 아들과 손주들은 저녁 자리에 합류할 것이기에 오지 않고 며느리들만 왔다. 마음씀씀이가 갸륵하다. 정성의 극치다. 음식을 장만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그렸을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눈시울이 따가워진다.

마음이 담긴 생일 아침식탁이다. 유난히 깊은 정이 드러나는 아침이었다. ‘이게 가족이구나’하는 생각에 며느리들의 마음이 더욱 살갑게 다가왔다. 30대 젊은 며느리들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다. 요즘 세태로 보아서 흔한 일은 아니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일이며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한 풍경만은 아니기에 그렇다. 제 각기 솜씨를 발휘했다. 아마도 요리를 분담했을 거다. 며느리의 맛과 시어머니의 맛이 통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크고 넓다. 얼마 전에 아내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는 터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사 아버지가 하나뿐인 아들을 의사로 키워 결혼시킨 후 몇 해가 지난 다음의 이야기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아들집에 들려 며느리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며늘 아이야,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냐?”고 물었다. 무슨 이야기든 상관없으니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했다. “정말 괜찮으세요?” “그래, 정말 괜찮다”고 했더니 몇 차례 “아무 이야기해도 괜찮으시냐?”고 되묻고는 한마디 하는 말이 “어머님, 저희 집에 자주 안 오셨으면 좋겠습니다”하더라는 것이다. 그 순간 정말 놀랍고 배신감마저 쏟아지더라는 것이다. 며느리를 나무라기 전에 ‘다 내 자식을 잘못 둔 탓이다’고 생각하고 부부가 발을 뚝 끊고, 그 후로 ‘나는 자식이 없다’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재산도 자식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기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침TV프로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고 우리 생활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회는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인간미가 사라져 가고 있다. 가족이 서로 맺어져 하나가 된다는 것이 정말 이 세상에서의 유일한 행복인데도 말이다. 가정의 단란함이 지상에 있어서의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한국인에게 가족만큼 신성한 관념도 없다.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까이 있다. 음식은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울려서 맛을 내듯 서로 다른 개성의 가족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다. 그들은 언제든 만나고, 언제든 노래할 수 있다. 사랑에는 문이나 빗장이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의 내부를 관통하여 나아간다. 사랑은 양심을 관통하고 영혼도 관통하며 운명을 뚫어내고 나아가는 화살촉이다. 가족은 멀리 있어도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결혼 후 몇 년간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부피가 작은 행복이라도 그냥 스쳐 지나지 않고 그걸 행복으로 감지해 껴안는 마음을 가져온 탓이 아닐까. 아내의 생일 아침식탁을 차려준 젊은 세 며느리들이 오늘따라 더욱 예쁘다.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하다. 이것이야말로 행복의 통로를 여는 참된 열쇠가 아닐까. 건강과 행복은 차를 타고 오지 않는다. 걸어서 온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높이보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행복을 알아보는 지혜다.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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