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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다

 

올 들어 처음으로 이마트에 갔다. 막내가 수학여행 간다고 해서 운동화도 사고, 바지도 사고, 간식거리를 사기 위해서였다. 애들은 넓은 쇼핑공간을 휘젓고 다니면서 신나했다. 엄마랑 오랜만에 같이 장을 보니 즐거운 것 같았다. 파주시의회는 지난 3월 SSM조례를 만들고서도, 의무 휴무일 지정을 시장이 결정하도록 유보한 상태여서 아직 이 조례가 시행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조례를 만들며 고민해서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쇼핑하는 지 유심히 살피게 됐다.

아이는 간식거리 하나를 사고 싶었는데, 3개가 묶음으로 포장돼 있어 들었다가 놓았다. “엄마, 이건 동네 슈퍼에서 사자.” 여기선 대체로 묶음 단위로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기로 한 것을 고르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것 저것 유혹하는 것이 많아 두리번거리게 되는 거다.

어떤 사회학자가 ‘대형마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주거공간을 넓히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저녁 때가 돼 푸드코트에 들어가 식사를 하게 됐다.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 여기 음식은 너무 짜고 달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맛있느니, 맛없느니 하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아 한마디 했다. 둘째가 보란듯이 “아이, 맛있어. 아이 맛있어”하며 엄마에게 귀여운 반항을 했다. 솔직히 음식이 너무 짰다. 그리고 너무 달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팔아야 하므로 음식이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세계보건 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지금 전세계 10억 이상의 성인이 과체중이며, 적어도 3억명은 병적인 비만이라 한다. 5세 미만의 1천760만명의 어린이가 과체중이라 한다. 산업화가 낳은 인류의 변화이다. 도시화와 소득증대, 세계화 무역이 식단을 바꾸고 육류와 동물성 식품에 대한 식욕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가공식품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먹지마 똥이야’라는 책에는 미국인들이 식품비의 90%를 가공식품에 소비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제트 엔진 윤활유에서 금속 부식 방지제로 사용되는 안트레닐산메틸은 포도맛 쿨 에이드의 포도맛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버거킹에서 옛날 딸기 밀크 세이크를 흉내내기 위해 사용하는 ‘인공 딸기맛’에는 46개나 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 중에 진짜 딸기는 없다.

‘가공식품은 사실 음식이 아니라 화학물질이다. 가공 식품 산업은 마치 대규모 과학 실험과 같다.’ 오늘 아이들과 외식을 하고 나서 몸안에 무슨 쓰레기를 담고 온 느낌이다. 차마 아이들에게는 아무 소리를 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국가적으로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화되면서 급격하게 팽창한 외식산업, 그리고 한 해에 17조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때가 됐다. 내일 당장 점심 도시락을 내 손으로 정성껏 싸줘야겠다.

/임현주 파주시의원(민·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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