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한의세상만사]조선은 왜 망했을까?
[김기한의세상만사]조선은 왜 망했을까?
  • 경기신문
  • 승인 2012.09.0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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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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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 논설위원·前 방송인예천천문우주센터 회장

‘역사의 허구는 소설의 허구와 달리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한다’라고 송복 연대 명예교수는 주장한다.

요즘 물 건너 왜국과의 옥신각신에서, 참으로 저 쪽 언사가 용렬(庸劣)스러울 때가 많은데 아무리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 해도 요즘 개그 유행어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럴 때 눈이 번쩍 뛰는 책 한권을 만났다.

<조선은 왜 망했는가?> 아주 자극적인 화두(話頭)를 던진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학 송복 명예교수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은 어쩌면 보편적 진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주변 강대국의 위세는 여전하고, 좀 살기 나아졌다고 하나 그 품세에 썩인 우리네 처지는 항상 불안하다. 단군이래 최고의 번영과 자존(自尊)을 누리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몇 힘있는 나라의 기침에 당장 감기, 어쩌면 폐렴걱정을 해야하는 신세이고 보면….

머리말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2차대전이 끝나고 시작됐지만 그 원류는 임진왜란 때부터이다. 왜는 조선남쪽 4개도를 요구하고, 명나라는 왜의 침략을 한강 이남에서 막기 위해 북쪽4개도를 거점으로....’ 조선을 울타리로 삼는 방어전쟁으로 규정한다. 결국 일본과 명나라의 땅따먹기 전쟁이다. 그리고 희미하게 꺼저가는 국운의 등불을 되살리고 중국말을, 일본말을 쓰지 않고 아직까지 우리나라말을 쓸 수 있게 한 분을 서애 유성룡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율곡 이이를 으뜸으로 쳤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고 있는 율곡의 ‘십만 양병론(十萬養兵論)’에 대해서는 허구라고 날카로운 송곳을 들이댄다. 비판의 근거는 매우 치밀하다. 왜란이 끝난 후 1657년(효종)에 실시된 호구조사에 의하면 당시 조선의 인구는 230만명, 누락된 것이 있다 해도 400만명에 못미치는데, 반은 여자이고 군인이 될 수 있는 20~30대는 전체인구의 18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도대체 어떻게 18만명에서 10만명을 빼서 정규군을 만들 수 있는가? 더구나 10만명의 군량미는 60만석이 필요한데(상당한 산수적인 근거를 들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더구나 율곡의 어느 저서에도 ‘십만 양병론’은 거론된 바 없고 단지 제자들이 선생이 돌아가신 후 그를 추앙하는 비문(碑文)에만 나와 있을 뿐 이라며 우리나라의 역사적 접근에는 정치논리만 있을 뿐 사회 경제사가 배제됐다고 통탄했다. 술자리에서 흔히들, 우리네는 영웅이나 위인을 만드는데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자탄(自嘆)하지 않는가? 야속했다.

그러나 저자는 당당하게 말한다. “역사의 허구(虛構)는 소설의 허구와는 다르다. 역사는 사실이 아니면 진실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진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에 허구는 역사를 왜곡한다. 따라서 역사의 왜곡은 역사를 파괴한다. 역사를 파괴하면서까지 역사를 조작할 이유는 없다.” 그러면서 율곡의 제자들을 엄하게 비판한다. “특정당파의 사상적, 규범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지배적 우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되면 오히려 그 대상을 욕보이는 것이 된다.”

이처럼 율곡의 제자들의 처사에는 차갑게 충고하지만, 율곡에게는 한없이 따스했다. 조선을 썩어 내려앉는 집에 비유하는 선생의 곧은 절개! 어떤 장인도 고칠 수 없어 손을 놓고 붕괴하기만 기다리는 그런 집과 우리나라의 형세가 뭐가 다르냐고 선조에게 들이될 듯 말하는 선비의 자세!! 보통 신하들 같으면 열 번 귀향가고도 남을 소리를 당당히 말하는 의연함!

어쩌면 비난과, 시비의 대상에 오르기에 충분한 소재를 이처럼 당당히 주장하는 은퇴한 송복 교수의 책을 읽는 동안 편하게 번듯이 누워 볼 수 없어 자세를 바로하고 몇일 동안 몰두했다. 나이 들면 아무리 소신이 확실해도 시비거리는 피하는 법인데… 너무 애둘렀다. 조선이 망한 이유는 임금 선조가 나라(國家)가 아닌 왕권(王權)에 대한 집착, 그리고 벼슬하는 사람들의 당파(黨派)싸움,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철저하게 외면한 불찰! 지금도 새겨 들을 이야기!!

* 미국의 동양 사학자 라이샤워 교수는 임진왜란 때 일본인구는 3천200만명이고, 조선인구는 500만명 이하로 추정된다고 했다. 인구나 땅덩어리로 보아서는 결코 왜(倭)스럽지 않는데… 하는 짓퉁머리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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