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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김윤환"시인이 멘토가 되는 시대"

시인을 멘토로 초대한 대선후보
시적 의미와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천해 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최근 모 정당의 대통령후보 캠프에 유명 문인 몇 분이 멘토로 합류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후보가 누구건 필자로서는 다행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시인이 세상의 멘토가 되는 시대! 그 표현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정치판에 순수한 영혼의 시인들이 멘토가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시인이 오염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도 있지만 시인은 원래 캄캄한 어둠에서 한 송이 꽃을 피워 올리는 연(蓮)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공자는 일찍이 ‘시를 읽어 인간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예를 배워 인격을 확립하며 음악을 익혀 덕성을 완성시킨다’(논어 태백편(泰伯篇))고 가르치고, 다시 <논어 양화편(陽貨篇)>에서는 ‘젊은이여, 어찌하여 아무도 시를 열심히 배우지 않는가? 시를 읽으면 감성이 자극되고, 관찰력이 길러지고, 남과 융합하고, 자기의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집에서는 부모를 잘 섬길 수 있고, 사회에 나가서는 군주를 잘 섬길 수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시인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연민(憐愍)으로 본다. 아픔이 있는 곳으로 손길을 돌린다. 어둠이 있는 것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래서 그곳에 정의와 사랑을 찾기 위해 세상에 노래로 소리 지르는 것이다.(물론 그저 나르시스적 감성에 젖어 시를 감정표출의 도구로 삼는 무늬만 시인들은 아니겠지만) 정치가 아픈 곳을 향해, 어두운 곳을 향해 그리고 약한 자에게 도리어 부드러운 손길을 뻗는다면, 감동의 마음을 전하는 시적인 정책을 펼치는 그릇이 되고자 한다면, 시인이 정치의 멘토가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현상인가.

공자는 자신이 엮은 <시경(詩經)>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반드시 읽어야할 송(頌)시 삼백수를 교범으로 제시했는데, 그 시의 내용이 바로 왕권, 즉 권력은 하늘이 내는 것이고 그 권력자인 군주는 하늘의 법도를 따라 백성을 잘 섬길 때 후대로부터 칭송(稱頌)을 받는다는 교훈적 메시지의 시들로 엮어져 있다. 과거에 관료를 뽑을 때 시제(詩題)를 제시하고 응시자의 생각을 묻게 된 동기도 이와 같이 시적인 감성과 우주적 관찰력, 깊은 통찰력과 찌르는 말이 아니라 비유와 수사를 통해 깨달음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을 요청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근래 대선 캠프에 시인을 멘토로 영입했다는 이야기는 그 제스처 자체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캠프에 초대된 문인들이 감각적 카피나 감상적 문구를 잡아주는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전락된다면 그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시인을 전술적 도구나 이미지로만 활용한다면 그것은 또 다시 시(詩)에 대한 모독이요, 시인(詩人)에 대한 경홀한 처우라고 할 수 있다.

각 후보자 캠프에서 유명시인을 초청해 놓고 마치 매장 진열장에 세워놓은 종이 마네킹역할로만 두지 말고 정치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고, 위민정책의 감동을 일으키는 귀중한 원천(源泉)으로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예컨대 대선 후보자가 멘토로 초청된 시인들의 간절한 시 한 편 씩은 읽어보고, 그 시(詩)정신이 제시하는 정책의 방향을 묻는다면 다른 어떤 선거운동보다 진정성 확보와 후보자가 지향하는 권력의 가치를 세우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시인은 당대의 권력자가 듣건 안 듣건 언제나 시대를 노래한다. 그들은 언제나 시대의 선지자요, 멘토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인이 자기 시를 명망의 도구로만 삼지 않는다면. 과거 역사에서 권력과 관료사회에 왜 시(詩)를 인용하고 시인을 중용했는지 진지하게 간파해 보길 기대한다. 또한 대선 주자들이 이 기회에 오늘의 삶과 현실을 노래한 시 몇 수 정도는 국민들과 함께 노래해 보길 권한다. 자신의 진정성을 시에 담아 읊는 지도자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하지만 공자는 말한다.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시 삼백편을 외우고 있더라도 정치를 맡겼을 때, 자기의 의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시편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시를 읊고 외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적 의미와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천해 내는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시인을 멘토로 초대한 대선후보는 멘티로서 시인의 언어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길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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