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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한의세상만사]황망한 작별

 

올해 황망한 작별이 세 번 있었다 부모와의 모진 작별도 겪었고…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거리에는 낙엽이 분분하고 가을비까지 자근거리면 모두들 감상에 젖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 작별이란 모름지기 유행가 가사처럼 “잘 가세요~잘 있어요~.” 이처럼 나름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덜 아쉽고, 또 여운餘韻이 남는 법이다. 올해 너무나 황망慌忙한 작별이 세 번 있었다.

한 분, 종형從兄과의 작별-나보다 네 살 연상. 그러나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랐지만 만나면 그윽이 반가웠다. 참으로 사소한 일로 운명이란 동서東西가, 좌우左右가 바뀌는 모양이다. 군대에 카투사로 근무했는데 소위 국물이 떨어지는 보직이었나 보다. 휴가 때 한 번은 꼬깃꼬깃 접었던 돈을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꺼내 용돈이라며 주었다. 언사는 속인이 되는 듯했지만 그러나 천성이 어디 가나? 표정은 한없이 수줍고 부끄러웠다.

또 한 분의 종형과 몇 년 전 온양 온천 일박여행을 했는데 인생사 많이 외로워 보였다. 몇 개월 못 버틴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는데 시력視力이 옛날과 다르다고 안과眼科에 가야겠다고, 가는 목소리로 객기客氣를 부렸다. 부고를 일본 오키나와에서 들었다. 그나마 발인 전에 도착해서 상주의 효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돌아가시기 얼마 전 아버지의 궤적軌跡이 남아있는 곳에 부자父子여행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칭찬을 많이 했다).

두 번째 작별-직장 상하上下의 관계가 끊어지면, 특히 생활하는 곳이 다르다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사이로 변한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한 번쯤 이삼십 분 떠들고-여자들 수다는 저리 가라였다-일 년에 한 번쯤 부부여행도 하고 우린 그런 사이였다. 나보다 5년 연상. 달필로 ‘혈육血肉의 정情인들….’ 어저께 전화를 했음에도 매년 같은 내용의 연하장을 보내주셨다. 주위에서도 가끔 부러워했다.

5월에 부부모임을 가졌는데 7월 어느 날 쉰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췌장암이라고 하네. 그런데 다행히 3기라고 하니 너무 걱정 말게.” 암 가운데 가장 악질이라는 췌장암! 참으로 기가 막혔다. 몇 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양반이…. 오늘도 정상으로 출근했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누구누구 하고 뭘 먹고, 평상시와 하나도 다른 것이 없어, 종형의 경험으로 미덥지 않았지만. 그래 요즘 암은 일찍 발견하면 옛날 독감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종형의 장례를 마치고 집에 가는 도중에 사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혼수상태인데 가끔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으니 죽기 전에 한 번 보는 것이 어떠냐고, 걸음을 돌렸지만 이미 알아보지 못했다.

신문기자 출신인데 방송으로 건너왔다. 신문을 펼치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부음난이다. “혹시 작별 제대로 못하면 내가 평생 스스로 서운할 것 같아서.” 가끔 전화를 걸어 “누구누구 죽었는데 동생 알고 있나?” 영정사진이 하도 마음에 들어(?)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

세 번째 작별-엊그저께 고향 후배인데 참으로 치열한 사람이었다.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시고 술자리도 많았다. 옆에서 보기에도 위태로웠는데….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자세는 건들건들, 휘청거려도, 아침에 후회할 말은 하질 않았다. 술자리를 한 번 가지고 나면 모두 그의 팬이 되었다.

“선배도 알다시피 촌놈에, 삼류 고등학교, 대학 졸업을 해서 남 앞에 내세울 게 무엇이 있습니까? 그런데 사람교제는 술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승진이 남보다 빠르면 빨랐지 늦진 않았다. 방송사 자회사의 사장을 지냈다. 빈소에는 조화가 즐비했지만 조객은 그만 못했다. 이 바닥도 염량세태炎凉世態!

부모와의 모진 작별도 겪었고…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한참이나 메멘트 모리 memento mori란 말 중얼거렸다. (나도 우울증 초기 같다고 했더니 아내가 면박을 했다. 우울증의 특징은 밥맛이 없다고 했는데 당신은 방금 한 그릇 뚝딱 했지 않아요? 글쎄 그럴까? 그러면 다행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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