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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벽화가 변화시킨 마을사람들

지난 5일 수원 지방에 폭설이 내렸고, 그날 차들은 엉금엉금 거북이걸음을 했다. 화성시 매송면 국도 39호선 3㎞ 구간에서는 폭설로 얼어붙은 도로에 퇴근길 차량이 뒤엉키면서 6일 새벽까지 수백 대가 갇혀 10시간가량 오도 가도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경기도내 거의 모든 도로들의 사정도 이와 비슷했다. 골목길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내 집 앞 눈 내가 치우기 조례가 대다수 지자체에서 제정됐을까? 수원시의 경우 2007년에 ‘눈 치우기’ 조례가 제정됐지만 안타깝게도 실효성은 그리 큰 것 같지 않다.

눈이 내리고 4시간 이내에 내 집 앞 눈을 치워야 하고, 상가 소유자나 관리인은 그 앞 이면도로나 골목길 제설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기준이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조례를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등으로 시민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홍보 부족으로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도 않아 서로 눈 치우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시골에서는 누구든지 먼저 일어난 사람이 자기 집 마당은 물론 마을 안길 눈까지 치웠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제설작업은 아파트 경비원이나 공무원들의 일이 됐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마을이 있다. 수원시 지동이다. 지난 5일 폭설이 내리자 주민들은 서로 자기 집 앞 골목을 쓸었다. 다른 동네가 폭설로 몸살을 앓았지만 지동 벽화골목 사람들은 가장 먼저 눈을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땀을 흘리며 눈을 치우던 벽화골목 주민은 “눈이 오면 화성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텐데, 그 사람들이 우리 지동을 잘 돌아볼 수 있도록 길을 먼저 내주어야죠”라고 말했다.

지동은 마을만들기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다. 좁은 골목에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어린이들에 의해 벽화가 그려졌다. 지동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제일교회에서는 종탑을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팀장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원에서 가장 낙후된 마을이었던 지동마을에 벽화가 그려지고 외지인들이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손을 놓고 있던 집수리들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지붕을 개량하고 벽을 다시 쌓는가 하면, 더럽고 불결하던 곳을 스스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폭설 뒤의 자발적인 골목길 제설작업도 그 변화의 일부분이다. 이것이 진정한 마을만들기 사업의 목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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