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김만곤“학생은 통제 안에서 사고하고 활동해야 한다(?)”
[교육시론]김만곤“학생은 통제 안에서 사고하고 활동해야 한다(?)”
  • 경기신문
  • 승인 2012.12.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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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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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과서연구재단수석 연구위원김만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교과서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 제정, 초등학교 온종일학교 운영,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학교체육 활성화와 같은 공약들이 교육현장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대학교육에 관해서는 ‘반값 등록금’ 실천 외에는 특별한 것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좀 못마땅해 하기도 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학생들의 부담과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대학입시제도를 바꿔왔고, 그러다보니 그 변화가 너무 잦아서 ‘예측불허’라고 우스개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대단한 제도’ ‘기상천외한 제도’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것이 나올 수도 없으니까 부디 좀 진드근하게 두어 예측과 대비라도 가능해야 한다는 하소연도 했다. 그렇게 보면 2014학년도 대입수능고사는 국어·영어·수학의 경우 A형(현재보다 쉬운 시험)과 B형(어려운 시험) 중에서 선택하도록 이 정부에서 이미 바꿔놓았고, B형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 것은 좀 민망한 일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선(大選)을 빌미로 입학사정관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고, 3천 가지가 넘는 대입전형을 네댓 가지로 줄여버리자는 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입전형이 지금처럼 여러 갈래인 것은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한 것인지 그것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것이 과연 복잡한 것인가, 복잡하면 누가 난처한가도 따져야 한다. 아니 그렇게 늘어나도록 왜 그냥 두었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이번에는 확 줄여볼까?” “내가 줄여줄게” 하는 것은 가볍고, 허망하고, 정작 학생들이 바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이 일찌감치 꿈을 갖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아주자고 호소한다. 책을 많이 읽고 운동도 하고 실험실습, 체험활동도 하는 것이 좋다고 떠들어댄다. 그렇긴 하다. 많은 이들이 간구하는 노벨과학상도, 수상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예외 없이 학교 교실에서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그 바탕이 마련됐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나오고 학부모나 교사가 나서서 “이렇게 해서 대학 가겠나?” 묻는 순간 모든 꿈과 계획은 다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꿈이 없다” “나는 아직 꿈을 찾지 못했다”는 아이들에게 그 꿈을 찾아주기는커녕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다그치기 일쑤다.

시인이 되어야 할 아이도 일단 ‘필수적으로’ 하기 싫은 공부는 실컷 하고, 하고 싶은 공부는 유보해야 하는 막막한 세월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시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유명한 시인들도 다 그렇게 했다”고 반박한다면, 그러니까 아직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다.

저 학생들의 개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다양하다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적어도 그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한다면, 그 꿈을 이루는 길이 만약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면, 그 학생이 우리나라 대입전형 3천 가지를 꿰뚫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만 아무런 꿈도 없이 수능성적에 따라 가야 할 대학을 결정하게 되니까 그 3천 가지를 다 고려해야 할 뿐이다.

우리의 학생들이 ‘모두’ 소중한 인력자원이라면, 더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걱정이라면, 그 학생들 하나하나의 개성에 맞는 평가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 제1의 원칙이어야 한다. 좀 과장하면 1만 명이면 1만 가지 방법을 적용해야 그 소중함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5지 선다형 평가는 대체로 5지 선다형에 소질을 가진 학생에게 유리하고, 노래를 잘 부르거나 독서에 파묻힌 학생, 운동을 잘 하는 학생에게는 영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유가 확실하다면 당장 바꿔야 한다. 다만 행정을 하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 행정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학생들의 진로지도, 적성파악, 개별평가에 유리하다면 그 3천 가지를 더 늘려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그런 연구를 하는 행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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