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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세대 간 갈등인가? 세대 간 연대인가?

 

대한민국에서 65세 이후 생활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평생 일을 한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년을 맞는 사람들은 특수직역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군인, 공무원, 사학종사자가 대표적이고, 민간시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경우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제공받을 경우 가능하다. 65세 이상 중 특수직역연금 수급비율은 약 3.8%, 국민연금 수급률은 27% 수준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9년 적용이 확대되면서 제도적으로 전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미 노인이 된 세대나 초기가입률 저조 등의 이유로 현세대 노인 중 국민연금제도로 포괄되는 수준은 3분의 1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2008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시행되어 전체 노인의 약 70%에게 공적연금이 제공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모두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공적연금제도다. 하지만 전자는 가입자의 보험료로, 후자는 조세로 재정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마치 같은 세대의 보험료로만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세대의 보험료 이상 부분을 후세대가 부담하게 된다. 2007년 국민연금개혁 이전 수급자들은 보험료 대비 평균 2.4배를 받았고, 개혁을 통해 이 비율은 평균 1.8배로 조정됐다. 즉 민간개인연금의 경우 자신이 낸 보험료 이상의 급여를 받기 어렵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평균 0.8배를 더 제공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후세대부담론’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세대간연대’ 강화로 바라본다. 그런데 연초 인수위의 복지부 업무보고 이후 기초노령연금재원 마련에 대한 방안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조장되었다. 과연 현세대 노령인구에 대한 공적소득보장의 확대로 발생된 비용을 미래세대의 빚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사회의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인 13.5%의 세 배가 넘는 45.1%에 달한다. 빈곤의 원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지만,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기제의 불충분함이 문제다. 이러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인되어 지난 대선시기 모든 후보가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박근혜 캠프에서도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연금을 드리겠다고 공헌하기도 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몇 차례 꼼꼼하게 준비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들은 기초노령연금 인상의 어려움을 노출시켰고, 인수위 측은 갑자기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부분적 재정 연계성을 제기하면서 지연시키고 있으며, 언론들은 앞 다투어 세대 간 갈등요소를 부각시켰다. 이렇다보니 제도의 목적, 실제 그리고 해결과제 등이 각각 분산되면서 ‘무능한 노인세대와 마치 빚더미라도 짊어지고 있는 듯한 미래세대의 이미지’만 남게 되었다.

부모나 조부모의 생활이 어려울 경우, 자식 된 도리로써 그분들을 도와야 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그런데 만약 자식 된 자가 실직하거나, 돈벌이를 하더라도 소득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이러한 도리는 지켜지기 어렵다. 애석하게도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일을 하더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켜가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왜곡된 노동시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사회적 부양비용의 확대는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본질은 그대로 둔 채 오로지 세대 간의 갈등으로만 이 문제를 부각시킬 경우, 결국 제도의 확대는 어렵게 되고, 사회적 안전망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악순환을 낳는다.

대다수 국가의 공적연금제도는 노동계층의 기여를 현세대 노인에게 제공하는 방식의 세대 간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계약은 사회가 단절되지 않는 이상 유지되고, 부모-자식이 가정 내에서 서로서로에게 의지하고 돌봤던 것을 사회에서 세대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인간의 도리로 배운 것을 국가의 제도 내에서 사회구성원이 책임과 보장을 연대하는 것이다.

새 정권은 세대 간 갈등 뒤로 숨기보다는 변화된 조건 하에서 공적노후소득보장과 세대 간 계약 원리 모두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는 것이 스스로 내걸었던 공약실천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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