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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자유학기제’의 과제

 

학생, 학부모, 교원은 교육정책과 입시제도의 정책 수혜자이자 동시에 대상자다. 그러기에 제도변화에 가장 민감하다. 시대흐름에 뒤떨어지고 불합리한 교육제도는 당연히 보완되고 개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것이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과 입시제도일 것이다. 이러다보니 새로운 제도 도입이 논의되면 우선 긴장부터 한다.

2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공약 슬로건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이다. 우리 교육이 과도한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학생의 소질과 끼를 일깨우는 행복교육으로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여러 가지 교육공약을 제시하였다.

특히, 교육계 안팎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자유학기제’ 운영이다.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를(동안)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 토론, 실습, 체험 등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큰 방향은 제시됐지만 중학교 몇 학년에 어떤 방법으로 할지 등 세부적 방안은 확정되지 않아 학교현장과 학생, 학부모에게 미치는 영향과 전반적인 평가를 하기는 시기상조다. 그럼에도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새 정부에서 추진될 예정인 ‘자유학기제’가 제도 취지에 부합하면서 학교현장에 잘 정착되는 데 요구되는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진로교육보다는 진학지도에 매몰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학생들이 목표 의식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자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학기 동안의 학생평가 방식이라든가 고등학교 입시내신 반영 여부, 시기 등 구체적인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는 학교현장의 혼란이 없고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책 성안단계부터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계의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시범실시 등 차분하게 추진되길 기대한다.

둘째,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요구된다. 새로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건은 바로 학교현장성이다. ‘제도 따로 현실 따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별, 학년별, 학생, 학부모 요인별, 시설, 환경별, 교직사회의 준비성 등 다양한 변인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시험이 줄어듦에 따른 학력저하 및 사교육 의존도 심화 등의 우려도 일부 있는 만큼 그러한 우려가 기우라는 확신을 심어줄 대책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은 중학교 자녀들의 학력수준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자유학기제가 단지 ‘쉬거나 노는 학기’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 및 지역사회의 인프라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1974년부터 시행된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롤 모델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고 입시경쟁이 치열한 아일랜드는 중3에서 고1 사이에 학생, 학부모가 선택하여 직업 및 진로탐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약 70%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제도가 안착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했다. 진로교육 및 직업탐색을 위한 기업 등 지역사회의 적극적 협조와 참여를 이루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한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단지 교실에서 교과서나 비디오, 인터넷을 통한 진로 및 직업탐색은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 환경마련이 요구된다.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좋고 성공한 외국의 교육제도도 우리 교육현실과 맞지 않아 현장에 안착되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다.

‘자유학기제’는 너무 진학과 입시에만 치중된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더불어 시행과정에서 교육현장의 어려움이나 혼란이 나타나지 않도록 정책 입안단계부터 충실한 여론 수렴과정과 시범 실시 등 차분하고도 단계적인 추진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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