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詩集 “해남 가는 길”
[사람과 사람]詩集 “해남 가는 길”
  • 경기신문
  • 승인 2013.03.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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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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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두시인, 시나리오 작가

지난달 27일 필자의 네 번째 시집 “해남 가는 길”이 출간되었다. 21살에 방송드라마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필자는 작가가 되면 꼭 출간하고 싶은 시집의 이름이었다. 작가로 벌써 30년이다.

“박병두 시인에게 해남 가는 길은 또 다른 ‘무진기행’이다. ‘물집 잡히듯 잡히는’ 그립고 아픈 길이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영원으로 통하는 길이다. 오죽하면 ‘죽으러 가고 싶어진다’고 고백을 할까. 이 길을 지배하는 상상력은 붉은 상처의 이미지에서 나온다. 가난이 드리워진 가족사, 말하지 못한 역사의 뒤편, 그리고 경기경찰청 정훈관이라는 현재의 신분과 시인으로서의 고뇌 사이에도 이 단심(丹心)이 작용한다.

마음이 뜨거운 시인은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살고 있지만 실은 늘 해남으로 가고 있다. 남도 사투리가 그의 몸을 떠나지 않고 그의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것처럼.”

위 글은 출간한 필자의 시집 ‘해남 가는 길’의 뒤표지에 실린 안도현 시인의 추천사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한 적이 있다. 고향 해남을 떠나 수원에서 살아온 필자에게 거리의 공기가 무겁게 가슴속에 내려앉았고, 그 중력의 힘에 버거워 오랫동안 펜을 들지 못했다.

필자의 네번째 시집 출간

거리는 필자에게 출구가 보이지 않는 머나먼 미로 같았다. 시인으로 가야 할 길과 직장에서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 서로 다른 길인 것만 같아서, 중력의 힘에 더욱더 버거워해야만 했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갔다.

하지만 해마다 봄이 찾아왔다. 봄이 올 때마다 필자는 가야만 하는, 갈 수 있는 곳의 지도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지도의 끝자락엔 항상 해남이 있었다.

“고향을 등지고 사는 요즈음 고향인 해남을 향한 이 징한 노래인 박병두의 시세계는 이 시대에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나직한 목소리나 해남으로 가면서 질곡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는 해남으로 가면서 질박한 표현을 얻어내고 시의 본질을 충족시키고 있다. 해남 가는 길을 통해 폐쇄적이고 금기적인 세상을 마음껏 노래하는 절대자유도 보여주고 있다. 해남으로 가는 그의 시 보폭과 길을 뜯어 변주해 내는 시는 잘 삭은 홍어처럼 깊은 맛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의 낮은 노래는 낮기 때문에 우레와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내내 해남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그가 해남으로 가고 있기에 우리시의 영역은 넓어가고 잊고 있던 역사의식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치열할 수밖에 없고 남도의 노래처럼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흥이 있는 것이다.”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김준혁 교수와 이윤훈·김왕노 시인이 써준 이 추천 글은 고향을 떠나 세상살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심정을 잘 헤아린 듯하다. 필자가 태어나 자라났던 곳인 해남은 유년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해남을 떠나온 지 30년도 넘었다. 시를 쓴 지 20여 년이 훌쩍 지났고 어느덧 중년이 된 필자는, 어쩌면 항상 해남 언저리를 맴돌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해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만물이 새 생명을 키우듯 해남은 필자에게 언제나 시적 상상력을 북돋우게 하는 곳이다. 펜의 무게가 점점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몸도 마음도 해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새 생명들처럼….

작품해설을 쓴 한신대 국문과 유문선 교수는 “시인은 거짓 없는 균형을 문학을 통해 찾고, 세상과 맞선 시인은 위태로운 경로를 통해 고백이자 치유로서의 문학에 도달하고 그로써 자신을 비울 수 있었다”고 했다.

시적 상상력 북돋우게 하는 곳

10여 년 만에 내놓은 이 시집은 거리와 해남 사이를 오가던 기억의 습작이다. 갈수록 시가 사라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이 시들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끝으로 시집 ‘해남 가는 길’에 실린 시 한 편을 소개한다.

“해남은 해의 남쪽인가/해남 가는 길/푸르던 내 마음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아니면 바다의 남쪽인가/해남 가는 길/소금 꽃 끝없이 피어나는 가슴/낙타 등 같은 하루를 두드리며/해남 가는 길/발바닥에 물집 잡히듯 잡히는 그리움/해남 가는 길/가면 갈수록 끝없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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