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일 칼럼]마더 프레지던트
[장동일 칼럼]마더 프레지던트
  • 경기신문
  • 승인 2013.03.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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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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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성대학교 총장

2010년 3월 11일 칠레 여성 대통령 바첼레트의 퇴임식에서 칠레 국민들은 ‘대통령 고마웠어요, 2014년에 다시 만나요’라고 외쳤다. 칠레 헌법상 연임이 금지돼 있어 2014년에 대통령 선거 후보로 다시 나와 달라는 주문이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칠레의 대통령을 지낸 미첼 바첼레트는 공약 이행의 모범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대선 공약 시 ‘당선되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혜택으로 여기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의회에서 남녀 동수내각을 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임기동안 빈민가에 3천500여개의 유아시설을 건립하여 저소득층 가정의 1~4세 아동에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실시하여 여성 취업률과 출산율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였다. 즉, ‘모성(母性)정치’의 결과였다.

바첼레트가 칠레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정치적으로 핍박을 받았음에도 한(恨)을 이해와 사랑, 관용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집권 4년 동안 ‘증오’를 넘어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독재에 희생된 사람의 딸인 바첼레트는 독재정권 시절에는 민주투사로 정권의 핍박받는 사람을 위해 헌신했고, 민주화시대에는 남성중심사회에 도전하였다.

바첼레트는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권력획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남성과 다르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도 적을 만들기보다는 서로간의 호의와 결속을 중시하게 된다’라고 하며 여성적 리더십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하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대통령 및 총리’를 배출한 국가는 70여개국에 이른다.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영국의 대처수상, 독일의 마르켈 총리, 호주의 길라드 총리, 핀란드의 할로넨 대통령,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대통령 등 여성의 리더십은 세계 곳곳에서 발휘되었고 또한 발휘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이러한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국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1948년 국회의원 간접선거로 선출된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64년 만에 사상 처음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여타 국가들보다 훨씬 먼저 여성 지도자가 존재하였으며 선덕여왕과 같은 여성지도자들은 남성지도자들이 갖지 못한 여성특유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역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근대사회에 들어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여성대통령의 등장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신라의 진성여왕 이후 1000년 넘어 탄생한 한반도의 첫 여성 통치자”라고 보도했다. 기존 사회는 남성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지금까지는 결단과 책임, 힘을 기초로 한 개발과 성장의 가치가 사회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배려와 섬김과 상생에 기초한 보존과 회복의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캘리퍼 컨설팅 연구소에서는 여성 리더십의 장점을 ‘풍부한 설득력, 이해심,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 능숙한 대인관계’에 있다고 하였다.

국민들이 여성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은 여성적인 섬세함, 즉 모성의 섬세함으로 남성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어루만지며 여성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전체 국민의 통합을 이루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어머니와 같은 리더십이다. 근대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역사적 상징성으로 볼 때 국민들이 새로운 여성 지도자인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들은 마치 어린 아이가 어머니에게 바라는 것과 같다.

좋은 어머니는 아이가 원하는 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미래를 생각하여 취사선택하여 수용하고 베풀 줄 안다. 지금 우리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좋은 어머니 같은 리더십일 것이다. 아픈 마음을 품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분열된 자식들을 한 데로 끌어 모아주는 그런 마더 프레지던트를 꿈꾼다. 우리 역시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떠날 때 “대통령, 고마웠어요, 다시 만나요”라는 인사를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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