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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노년의 공포, 무엇을 위한 것인가?

 

노화란 생물학적 현상으로, 모든 인간이 불가항력적으로 겪는 변화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뭔가 뒤떨어지고 무능해지는 것으로 취급해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노화를 늦추기 위한 다양한 외형적인 노력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을 껴안고 살아왔다. 노화를 불명예스럽게 느낀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1970년도에 출판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노년」의 서론에서 어째서 노인이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경제력이 전혀 없는 노인들은 그들의 권리를 부각시킬 수단이 없다. 착취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과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 관계를 끊어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자들이 그 누구에 의해서도 변호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산층의 사고방식이 유포시킨 신화들과 상투적인 말들은 노인을 ‘타인’으로 보여주려고 애쓴다.” 서서히 경제력을 잃는 노인에 대한 주목은 선거철을 제외하면 사회적 부담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즉, 노령인구는 타자화 되어 국가는 노령 부양비용에 대해 적잖이 노골적으로 부담스러워 한다. 때때로 정치세력에 의해 세대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현세대 노인에 대한 후세대 부담을 간접적으로 부당한 것처럼 표사하기도 한다.

이 같은 세대갈등 유발 주체들은 마치 젊은 세대의 부담에 대한 형평성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후세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들의 주장 이면에는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애비용을 개인의 책임으로 강화해야한다는 속내가 존재한다. 만약 인간의 생애 중 소득활동을 하는 기간에 노후 생계비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노년의 생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가 노년에 대해 연구했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임금이나 소득을 통해 노후소득은 확보되기 어렵고,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노령에 대한 사회적 부양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현실은 GDP대비 노인복지지출 비중이 하위수준에 머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2008년 기준 GDP대비 노인복지지출 1위 이탈리아 11.8%, 29위 한국 1.7%, 30위 멕시코 1.1%).

한국 사회는 2004년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8.7%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26년이 되면 해당 노인인구가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차원의 대응체계가 구축되었지만, 한국 사회 노인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은 평균 13.5%인데, 한국의 현실은 이에 3배가 넘는 45.1%로 절반에 가까운 노인이 빈곤한 상태이다(독신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76.6%). 그리고 불행히도 노인자살률 역시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반면 OECD국가 중 한국의 경제력은 12위이고,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10위 안에 들었으며,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 인구가 5천만 이상 되면 가입되는 20·50클럽에도 7번째로 진입했다. 즉, 현재 노인빈곤 문제는 재정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재분배의 왜곡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재분배의 왜곡은 세대 간 부양구조를 약화시킨다고 해서 해결되기보다는 편중된 부와 사회적 이윤이 사회구성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강력한 의지로부터 변화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3차 재정추계 결과를 앞두고 있고,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연금안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양자 모두에서 재정 부담의 주체에 대한 형평성이 중요한 문제로 언급된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로 형성된 기업의 이윤이나 자본의 부는 건드리지 않은 채, 재정의 불안정성을 재차 노동자와 후세대에게 책임 지워 노년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 모두는 예외 없이 노년을 맞이한다. 후세대 부담을 줄이고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현세대 노인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으로부터 더욱 차별받고 있는 젊은 세대의 노년마저도 위태롭다.

그렇다면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들의 논리에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후소득은 분명히 재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고, 노동권과 시민권으로 맞서서 해결해야할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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