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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화 수원예기보존회 회장
백미혜 기자  |  qoralgp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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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08일  16:35:08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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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妓生)’은 예술가다. 비록, 일본 제국주의가 강점 기간 동안 천기(賤妓)나 창기(娼妓)로 이미지 추락 사업에 열을 올렸지만 그들의 예술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제, 특히 게이샤(藝者:예자)의 무릎을 베지 않고는 잠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이등박문)가 조선 기생을 폄하하고 폄훼하는 데 앞장섰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그들 스스로 조선 기생의 예술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들이 자랑하는 게이샤보다 수준이 높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당시 조선 기생 가운데 수원기생은 1919년 3·1운동 이후 이 지역 최초로 독립만세운동을 펼쳤으니 당연히 의기(義妓)다. 그러나 아직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왜곡된 기생 이미지가 보편적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안타까움을 극복하고 기생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수원예기보존회(水原藝妓保存會:수예보)’가 바로 그들이다. 수원예기보존회 안영화(47·여) 회장을 만나 그에게 기생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봤다.

기생을 좋은 이미지로 부활시키기 위한 단체

수원예기보존회, 특히 안 회장에게 기생은 멋진 여성이다. 또 문화콘텐츠로 개발돼야 할 가치 있는 캐릭터다.

“처음엔 수원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역사성이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2006년 ‘안영화 무용단’으로 시작했던 안 회장은 2009년부터 기생(妓生)에 관심을 가지고 수원 기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기생에 대한 학습 결과, 그는 2011년 ‘안영화 무용단’을 ‘수원예기보존회’로 개명한다. 처음 기생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한 수예보는 현재 ‘기생’과 더불어 수원(화성)의 역사를 바탕으로 춤을 연구하고 알리는 공연예술 전문단체로 외연을 확장했다.

부족한 자료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한국 기생 연구의 최고봉인 중앙대 신현규 교수와 수원박물관 학예사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특히, 신 교수의 조언과 자료 등은 안 회장의 기생에 대한 시각을 ‘개안(開眼)’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안 회장은 “저는 제가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무용극을 좋아합니다. 도립무용단 시절, 무용극 ‘황진이’를 선보이기 위해 소설과 자료 등을 찾다가 그 캐릭터에 빠진 것이 시작입나다”라며 기생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기생은 예술을 했던 사람입니다. 지금 사람들에게 인식된 기생은 당시 그들의 예술활동과 독립활동이 일제에 의해 왜곡되고 묻힌 후 안 좋은 점만 부각된 것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생의 감성과 이미지를 작품에 반영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구한다. 수원 기생들의 예술활동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기생이라는 캐릭터를 좋은 이미지로 부활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수예보는 사람들이 공연을 보며 역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춤, 무예, 연기 등 다양한 소스를 넣어 공연한다.

이들은 2010년부터 경기문화재단 지역활성화사업 선정작 ‘여인세류 1·2-춤을 이야기하다’, 제48회 수원화성문화제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삼호아트센터 정기공연 초청작 ‘용연에 비친 달’, 수원시 문화예술 발전기금 지원사업 ‘기생-화젯거리’ 등 수많은 공연을 펼쳐왔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1월, 수원예기보존회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

매산초등학교의 교과수업

수원예기보존회는 공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올해부터 수원 매산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과 내 수업을 진행 중이다. 국악에 대한 이해, 한국 무용에 대한 수업은 선생님들이 학생을 가르치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부분들은 수예보의 선생님들이 직접 가서 수업을 한다.

지난해 11월 수예보가 파주에서 아이들과 지역 주민을 위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역사를 물어보면서 공연하는 수예보를 본 매산초 교장선생님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수원 화성역사에 대해 전통예술공연과 함께 알려주고 싶다며 안 회장에게 제의를 해왔다. 결국 안 회장은 제의를 수락했고, 올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나가기 시작했다.

안 회장은 “아이들은 표현력이 상당히 뛰어나요. 신문지를 주고 구기거나 던질 때 아이들의 몸짓은 모두 다르죠”라며 수업시간을 추억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저희의 수업을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어 해요, 집중도 하고”라며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1년 동안 가르친 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는 안 회장은 더 나아가 예술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안 회장이 생각하는 예술치료는 청소년과 직장인, 노인들에게 한국무용의 몸짓이나 한국적인 몸짓을 이용한 스트레칭(및 요가)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미 2011년부터 해온 일이지만, 안 회장은 몸의 치유를 넘어 감정까지 치유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수원을 대표하는 상설공연단체가 되길 바라는 수예보

안 회장은 “저 같은 공연 예술가는 공연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특히 우리의 역사성이 녹아있는 공연은 그 자체가 유의미한 것이지요. 그 일에 인생을 바칠 겁니다”라며 스스로의 일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예보 공연이 기대한 것만큼 잘 됐을 때가 가장 기쁘다는 안 회장은 “제가 수원에 살지 않았다면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화성(華城)과 기생의 역사가 남아있는 수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이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라며 ‘수원’의 의미를 강조했다.

처음 수예보는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아 사람들에게 낯선 단체였다. 그것에 대해 안 회장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소리가 나올까봐 그동안 홍보를 자제해 왔어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이제는 조금씩 알려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어요”라고 수예보가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암시했다.

안 회장은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 힘들어요. 다 힘든데, 중요한 것은 개인과 단체는 다르다는 점이 특히 힘들어요. 안영화 개인일 때는 자신에 대한 예술적 기량과 내 작품에 대해 내가 책임져야할 부분들만 생각하면 됐는데, 단체 대표는 바라보고 있는 단원들이 있어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합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20여명의 회원이 전부인 수예보지만 안 회장에게는 같이 대화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항상 ‘급히 가지 말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자’라며 스스로 되새긴다고 했다. 그래서 후배 무용가들에게 ‘무용 잘하는 선배’보다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안 회장에게는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

“누군가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계속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이 단체가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수예보는 올해 하반기에 무예24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공연 ‘(가칭)정조의 트라우마, 장용영’을 선보인다. 이들은 수원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전통 가무악 소스를 넣어 사람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수원을 대표하는 상설공연단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가칭)정조의 트라우마, 장용영’ 공연을 통해 수원예기보존회만이 대표할 수 있는 공연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는 그는 ‘수원에만 오면 볼 수 있는, 수원 역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수원만의 문화콘텐츠공연’을 꿈꾼다.

사진 이준성 기자 oldpic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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