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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이경렬 詩人의 삶과 文學

 

얼마 전 ‘삶이 사랑이고 사랑이 삶이라고’라는 시집을 출간한 이경렬 시인과 가까운 문인 몇몇이 조촐한 자리를 가졌다. 이번 시집은 이경렬 시인이 세 번째로 펴낸 시집이다. 이경렬 시인은 교육자로 교단에 서 있으면서 시를 쓰고 있다. 1957년생이니 필자의 큰형과 동갑인데, 이 시인을 대면할 때마다 작은형을 연상한다. 구수한 마음과 정겨운 미소 때문이다. 1990년 봄에 우리는 그렇게 마주했다.

이경렬 시인은 산을 좋아한다. 500개 이상의 주요 명산뿐 아니라 마음 가고 발길 닿는 대로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그래서 그는 2007년에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구나’라는 수상록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지리산 천왕봉을 향한 첫 등정을 시작해 우리나라 산하 굽이굽이를 모두 넘어 1천800리의 산 능선을 따라 백두대간 35구간 대장정을 종료했다. 1년 6개월에 걸쳐 남쪽 백두대간을 종주한 과정과 종주를 통해 얻은 영감과 지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백두대간의 종주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직 북으로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리산부터 출발해 휴전선까지 이르고 언젠가 통일이 되면 백두산까지 간다는 계획이기에 아직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그는 수상록의 제목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구나’라고 한 것이다.

그는 과연 산에서 무슨 사념을 남기고 있을까? 항상 산을 종횡무진 하는 시인의 가슴 한구석에는 아픈 상처가 있다. 남들처럼 평범한 교직을 걸으면서도 그의 가슴속에서는 세상에 대한 연민의 강이 흐르고 있다. 그가 가장 버겁고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 필자는 그와 전화통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근래에 자주 뵙지 못한 탓에 늘 그를 뵐 때마다 죄송스럽기만 하다.

그가 내놓았던 책들인 시집 ‘내 강물의 거주를 위하여’와 ‘혼자 여행은 이따금 까닭 모르는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수상록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구나’를 보노라면, 하나같이 ‘산’과 ‘그리움’, ‘사랑’을 담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 역시 사랑이야기 편으로 정리해 묶었지만 1부에서 5부까지 총 116편의 작품에는 절절한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헤아려보니 삼십 몇 년 동안, 전국의 웬만큼 알려진 산은 거의 모두 들어가 보았다. 언제부터인가 산행을 하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메모를 하고, 돌아와서는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산행(山行)은 시작(詩作)의 과정인 셈이다. 그중에서 ‘사랑 이야기’를 모아 상재한다. (중략)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일, 아파하고 슬퍼하는 일,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 이 모든 것이 삶의 모습이면서 사랑의 한 모습이다. 인간의 영혼은 애증으로 성숙되고 애증으로 맑아진다는 긍정론의 한 가운데에 사랑이 중심을 잡고 앉아 있다. 여기에 올린 사랑 노래는 사랑과 동의어인 수많은 어휘를 찾는 작업이었다. 한 생애 동안 겪는 곡절 많은 사랑은 성숙을 향해 끊임없이 지향해야 할 삶의 과정이며 본질이 아니겠는가. 삶이 사랑이고 사랑이 삶인 것을.”

‘삶이 사랑이고 사랑이 삶’이라는 시인의 말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그의 새 시집에 실린 시 ‘산행시편 116’을 소개한다.

‘되었다, 이만큼이면/손을 내밀어도 내밀지 않아도 마주잡을 수 있음을 알지 않느냐/조금 가까이 가거나 물러서거나 해도/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 걸지 않느냐/서로의 간격에 바람이 지나는 틈이 있어/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따스함을 보내면 이 틈이 길이 되어/벼름벼름 맑은 향기로 돌아오지 않느냐/되었다, 이만큼이면’

이 시는 영월군에 있는 백덕산, 울창한 계곡에서 쓴 시이다. 시인은 이 계곡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날 ‘삶이 사랑이고 사랑이 삶이라고’ 시집출간 기념회에는 서순석, 신금자, 은결, 김순덕, 진순분, 임종삼 유민지 수필가가 자리해주었고, 윤형돈 시인이 축시를 낭독했다. 화성 봉담읍 유리 시인의 마을에서 봄날의 기력을 소원한다. 시인이여, 힘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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