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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 칼럼]똑똑한 나라 똑똑한 국민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화두로 새 정부의 범국민 창조인재시대에 대한 각오가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 꿈과 끼를 마냥 살려줄 수 있는 창조교육을 하고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려는 준비도 본격화 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행복한 국민 그리고 이를 견인할 창조인재 육성을 위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 문득 궁금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열기가 세계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OECD 국가들의 국제학업성취 비교 프로그램인 PISA 등에서 우리 아이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선진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핀란드와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구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등위를 다투며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가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똑똑한 나라’인 듯싶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과연 교육 최고 국가라는 사실을 당연시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똑똑한 나라의 똑똑한 국민 맞는가?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여 우리가 진정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극도의 ‘낭만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 된다. 세계 최고라는데, 연일 발표되는 국제학업성취 결과 보고서의 통계 수치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는데, 웬 얼토당토않은 생각의 반전이냐고 의아스러울지 모른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를 보여주는 대표적 잣대인 시험 성적 그 자체는 단연 최고로 나타난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창조인재의 조건과 관련하여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학업 흥미도나 교육만족도, 교사 선호도, 학교생활에서의 행복감 등 교육의 질적 지표들에서는 극히 낮은 지표로 드러난다. 비극적이다.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시험은 잘 보지만, 결코 공부를 좋아하거나 관심 있거나, 흥미로워하거나, 학교생활에 만족하거나,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그 사실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그 높다는 성적이 오래 갈 수 있을까? 계속해서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가 지속적으로 높을 수 있을까?

엄청난 양의 선행학습으로 무장된 우리 아이들이다. 망국병이라 일컬어지는 과도한 사교육시장의 굴레 속에서, 잔인할 만큼 무서운 학교 폭력의 늪 속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며 어떠한 인성으로 길러지고 있을까? 입시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끼어 하루하루 고통 속 일상을 초인적으로 견뎌내는 아이들,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 친구를 잃어가는 아이들, 점점 더 마음의 가막소에 갇혀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걱정된다. 이미 그들의 생각의 숲이 오래 전에 메말라 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어느새 박제화 되어 버린 것은 아닐는지 걱정된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잖은가? 남들은 다 우리 교육이 최고라는데, 가시지 않고 있는 교육의 구태와 불행들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 타인의 생각에 매몰되고 조정되는, 자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실종된 교육의 망상’들을 이제는 보내야 하지 않을까?

온상 속 화초처럼 곱게만 길러지는 힘없는 교육을 넘어설 수 있었으면 한다. 때론 야생화처럼, 들풀처럼 자연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스스로 힘 있게 자라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그립다. 그런 교육이었으면 한다. 어른들이 맘껏 솟궈주는 생각의 거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생각 숲’이 푸르름을 더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맘껏 생각하고, 맘껏 원하는 교육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를 그려본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모두 허울이 아닌 진정으로 똑똑한 나라의 똑똑한 국민이었으면 싶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참으로 행복했으면 싶다. 필자는 지금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세계평생학습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포럼 참석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바야흐로 ‘배움의 기쁨(Joy of learning)’을 구가하는 학습도시들의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선언에 담긴 뜻대로 마을마다, 학교마다, 모든 이를 위한 ‘행복학습 메시지’가 전 지구촌에 널리 널리 퍼졌으면 싶다. 마냥 암울해 보이던 우리 교육의 아픔들이 오늘 포럼에서 만난 행복한 교육자와 학습자들로 인해 환하게 치유될 듯하여, 그저 반갑고 고맙다. 그래서인가, 지금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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