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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동반성장과 상가임대차 보호법

 

동반성장이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야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동반성장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라면상무’, ‘ N유업 밀어내기’, 급기야 ‘대변인 추문’ 등 강자인 갑의 횡포 속에서도 그동안 숨을 죽이며 목소리를 낮춰왔던 다수의 을이 이를 폭로하며 반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그동안 갑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버텨왔던 을들의 생존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반성장은 당초 수평적 거래관계로 설정됐던 관계가 힘과 돈의 불균형으로 인해 수직적 거래관계로 변해 버린 갑과 을의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해보려는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너 죽고 나 살기’의 약육강식형 생존경쟁에서 ‘너 살고 나 살기’의 상생 관계로 발전시켜 보자는 사회의 총체적인 의지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때마침 상가 건물주들과 임차인들 간의 갑을관계가 이슈화 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으로, 이 법의 보호를 받아야할 다수의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현행 상임법은 임차인의 보호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임법의 적용 대상이 너무 적다. 서울지역 기준으로 환산보증금(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보증금)이 3억원 이하에 해당해야 하는데 서울지역에서는 전체 임대차계약의 25% 정도만이 이 범위에 해당한다. 나머지 75%는 민법 621조에 의한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으나 임대인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설령 임차권 등기가 된다 하더라도 매매, 상속, 증여된 경우에 한하여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뿐이다. 경매나 공매로 인하여 소유자가 변경될 경우 말소기준 권리보다 먼저 임차권 등기가 되어있지 않으면 기존 계약에 의한 영업의 지속 등 대항력도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어떤 경우에도 우선변제권이 발생하지 않으니 임차인은 임차보증금의 반환에 있어서도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즉, 배당요구를 하려면 배당요구 종료 때까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의한 채권 가압류를 한 다음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일반 채권자에 해당될 뿐이다. 이마저도 임차권 등기가 되어있지 않다면 건물의 소유자가 바뀔 경우 임차인에게는 대항력조차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둘째,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건물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5년 내의 계약갱신 요구권으로는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등을 회수할 수 있는 충분한 임대차기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마저도 임대인이 목적 건물에 대한 철거나 재건축을 사유로 계약해지를 요구할 경우 계약 후 1년이 지나면 임차인은 상가를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매우 부실하다. 재개발 사업 승인이 떨어지면 세입자들에게 이주비와 영업보상금을 주어야하기 때문에 보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업승인 이전에 리모델링을 핑계로 임차상인을 내쫓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임차인이 활력 잃은 상가를 새로 일구어 성업 중인 경우에도 임대인이 이를 탐내 임차상인을 내쫓는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 상임법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법원은 임차인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을 근거로 판결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시도되었지만 모두 기각되고 말았다. 마지막 방법으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그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에는 항상 갑을병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갑을 관계에서 을은 약자이지만, 을병관계에서 을은 강자가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갑은 을에게 기회를 주고, 을은 수익상가를 활용해서 또박또박 수익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고마운 상대로 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생관계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류와 조화를 이루고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상임법의 문제점을 적극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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