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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죄송합니다

 

경기도민 앞에서 낯을 들 수 없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 경기도의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공심위) 부위원장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난 2월회기 때 좀 더 열성적으로 조례 제정을 역설하고 의원들을 설득했더라면 작금의 사태가 방지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더욱 자괴감이 든다.

사실, 경기도의회 의장의 칸 영화제 참석 건만 놓고 본다면 공심위 조례안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애초에 필자가 제출한 대로 예외 없이 공심위 심사를 받도록 했으면 의장이 몰래 칸 영화제를 갔다 올 필요도 없었고, 따라서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떳떳하게 심의 받고 공식적으로 갔다 왔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칸 영화제는 국제적 문화행사로서 경기도의 문화 창달과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의장뿐만 아니라 해당 상임위 의원들도 참석해서 나쁠 것이 없다. 경기도의회의 칸 영화제 방문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무대에서 높아지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것은 의장의 거짓말이었다. 솔직하게 지금 칸 영화제에 와 있다고 했으면 큰 문제없이 끝났을 일을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고, 그것이 들통 나자 집안의 상을 핑계 대었다. 동일 사안에 대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연거푸 거짓말로 넘기려한 것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정직성이라고 답하겠다. 첫 번째도 정직이고, 두 번째도 정직이며, 세 번째도 정직이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능력이 좋아도 정직하지 않은 정치인이 국민과 도민을 이롭게 한 적이 없다. 우리는 역사에서 그 교훈을 배워왔다. 거짓으로 국민과 도민을 속이고 허황한 사업을 벌여 귀중한 예산을 낭비하고, 생태계를 망가뜨리며 후손에게까지 부담을 지우는 상황들을 한두 차례 목격한 바가 아니다.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면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우리는 다 경험했다.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칸 영화제를 갔다면 도민들은 의장이 영화산업에 관심이 많다고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슬며시 갔다 오려 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게 되면 도민들은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보다는 말 그대로 외유를 즐기기 위해 갔다고 판단하게 된다. 도민의 세금으로 놀러갔다 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치인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도민과 국민 앞에, 그리고 동료 정치인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말로 사과를 하는 정도로 충분한 것이 있고, 현직을 사퇴해야 되는 것이 있고, 공직을 사퇴하는 선으로 가야하는 것도 있고, 정계은퇴를 선언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도 있다. 이번 사안은 최소한 의회 의장이라는 현직은 사퇴해야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본다. 그런데 말로 사과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한다. 이것이야말로 도민과 동료 정치인들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처사이다.

지금이라도 경기도의회 의장은 깔끔하게 의장직을 사퇴하고 조용히 도민을 위해 남은 임기동안 성심성의껏 봉사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윤화섭 의장 개인이 살고, 여야를 떠나 전체 경기도의원들이 살고, 그리고 우롱당한 경기도민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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