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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이윤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위한 민영화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시기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반민영화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관계부처는 민영화 관련 정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문제는 민영화를 민영화라 부르지 않는 기만행위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민영화 정책에 대한 정보로부터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의 경우 ‘관광진흥법시행령일부개정령안’에 의료호텔업(메디텔) 도입이 시행령일부개정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 없이 추진됐다. 가스는 지난 6월 국회에서 ‘도시가스사업법개정안’으로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관계 노조 및 시민사회단체의 강렬한 저항에 부딪혀 다행히 심의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가 작년부터 사회적 합의에 실패했던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독단적으로 확정했다. 이 세 경우 모두에서 법제도 및 정책 명의에서 민영화는 언급되지 않았고, 정부는 이것을 경쟁체제 도입, 창조경제의 일환 등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대로 일련의 정책들이 민영화로부터 자유로운가? 철도의 사례를 통해 정부정책의 모순을 살펴보자.

정부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은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일 뿐이라고 강조해왔고, 이에 반대하는 노조 및 시민사회진영은 경쟁체제 도입방안은 민영화의 우회로일뿐이라고 대응해왔다. 그렇다면 ‘경쟁체제 도입’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따져보자. 국토부는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가 아닌 제2의 독립법인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즉, 철도공사와 경쟁할 민간 기업을 철도산업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독립법인에 철도공사가 30% 출자하고, 나머지 70%는 연기금 등 공적 자금을 통해 투입할 계획이다. 철도공사는 독립법인 경영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으며, 투자자 역시도 법인운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대신, 배당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독립법인에 참여할 민간 기업은 자기 투자비용 없이 맨몸으로 들어와서 운영만 하고, 운영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이쯤에서 정부가 끊임없이 철도산업을 민간에게 개방하려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 한다. 이 의문의 출발은 바로 철도의 건설부채에서 시작된다. 국토부 신광화 철도운영과장은 경쟁체제 도입으로 요금인하 효과, 선로사용료 추가 지불 등으로 총 6천237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효과로 건설부채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뭔가 기묘한 모순이 발생한다. 왜 정부는 운영수익이 좋은 부분을 떼어내어 민간에 개방하려고 하는 것인가? 2010년 기준 코레일 일반열차의 원가보상률은 49.7%에 불과한데, KTX의 원가보상률은 106.7%이다. 철도공사는 KTX 운영을 통해 2005년 1천395억원, 2011년에는 4천686억원의 이익을 보았다. 같은 기간 일반열차의 적자규모는 5천818억원, 6천443억원이다. 즉, 철도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KTX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영을 통해 이윤의 최적화로 달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자기 자본 없이 들어온 민간에게 고스란히 내어주고, 철도공사는 공공성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수익이 나기 힘든 부분만을 끌어안으면서 부채까지 책임지는 꼴이 된다.

국토부는 적자 노선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보조금이 없다면 이 노선은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크다. 즉, 수익이 되는 부분과 적자 부분을 모두 민간에게 개방할 경우,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비용이 털릴 것이 분명하고, 돈이 안 되는 사업을 철수함으로써 생활상의 불편함은 심화될 것이다.

정부정책의 정당화를 위해 영국의 경쟁체제 도입 이후 영국철도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해소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민영화 이전 5년 동안 영국정부는 철도산업에 24억 파운드를 지원한 반면, 민영화 이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54억 파운드로 지원금은 2배로 증가했다. 영국철도 민영화는 세계 철도사에서 대표적인 실패사례일 뿐이다. 이러한 민영화의 폐해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정부는 각종 민영화 정책을 민영화가 아닌 이름으로 추진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합의 자체를 피해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이윤은 특정 재벌에 사유화될 것이고, 손실은 사회화’되면서 국민들이 떠안게 될 위험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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