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늑대소년’과 함께한 월요일
[사람과 사람]‘늑대소년’과 함께한 월요일
  • 경기신문
  • 승인 2013.07.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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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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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두 시인, 시나리오 작가

‘늑대소년’은 얼마 전 개봉 보름 만에 400만 관객을 넘고 700만 관객을 넘긴 영화이다. 이 영화는 ‘늑대소년’에게 손을 내밀어 기꺼이 가족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한국적 정서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이므로 가족이 함께 손잡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늑대소년’은 서양적인 소재이고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다. 그런 소재가 한국적 감각으로 재탄생되었다. 한국의 중년여성들이라면 알 만한 소녀 시절의 모습들이 영화 장면 곳곳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영화에는 ‘순이, 영희, 철수’ 등 그 옛날의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등장하고, 통기타와 털 스웨터 등 복고풍 소품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순수했던 시절을 돌이켜보게 한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의 영혼을 바라보고 순수한 교감을 나누는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교감과 사랑을 통해 관객들은 잠시나마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들을 되찾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세상과 동떨어진 채 홀로 살아왔던 늑대소년(송중기)은 처음으로 순이(박보영)의 가족 앞에 나타난다. 헝클어진 머리, 다 떨어진 옷, 다듬어지지 않은 손발톱 등의 모습은 인간과는 다른 낯선 모습이었다.

순이는 그런 늑대소년을 씻기고 따뜻한 밥과 옷, 그리고 편히 쉴 수 있는 방까지 내어주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늑대소년에게 ‘철수’라는 이름도 지어준다. 순이는 말 한마디 못하는 늑대소년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늑대소년에게 기다리는 법, 밥 먹는 법, 이 닦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등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방법들을 알려주면서, 늑대소년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자신 또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하지만 현실로 나온 늑대소년은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순이는 서울로 떠나며 “꼭 돌아올게”라고 쓴 쪽지를 남긴다. 순이가 떠나야 늑대소년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다.

그리고 순이는 늑대소년을 잊고 살았다.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았다. 그러다 44년 만에 귀국한 순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빼닮은 손녀와 별장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살면서 44년 동안 순이를 기다려온 늑대소년은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얼굴도 옛날 그대로이고 순이를 향한 마음도 그대로이다.

이 영화는 분명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런 영화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이 영화에 대해 트위터에 평했다.

‘남자들은 세상의 모든 여자를 원하지만, 여자들은 세상에 없는 남자를 원한다. 47년간 나만 기다려주는 송중기 같은 남자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여자들도 안다. 하지만 그래서 애잔한 걸 어쩌랴. 영화의 마지막에 할머니가 되어 찾아온 순이에게 철수가 “지금도 예뻐요”라고 말해주는 장면, 이 기막힌 마무리 덕에 영화는 세대를 초월해 여성들을 대동단결시키는 드문 작품이 됐다.’

이 영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일깨움이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표준어국어대사전 인터넷판은 ‘사랑, 연인, 연애, 애인, 애정’, 다섯 단어의 뜻풀이를 동성애자 같은 성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중성적 내용으로 고쳤다고 한다. ‘사랑’은 원래 사전에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의되어 있던 것을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꿨다. ‘연인’의 뜻도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남녀’에서 ‘남녀’를 ‘두 사람’으로 고쳤다. 이는 시대와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와 세대가 변한다 하더라도 ‘사랑’과 ‘연인’이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늑대소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따뜻한 울림을 건네는 영화들을 무더운 여름에 많이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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