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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15에 생각하는 ‘진정한 광복’

오늘 68주년 광복절을 맞아 새삼스럽게 독립투사와 후손들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수원에 거주하는 임병무씨와 과천에 사는 조길성씨의 이야기다. 시인이기도 한 이들의 삶은 빈한하기 이를 데 없다. 임병무씨의 할아버지 임면수 선생은 1919년 설립돼 폐교될 때까지 2천100여명의 독립군 간부를 배출한 만주 신흥무관학교 6대 교장을 지낸 분이다.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은 청산리 대첩에 참전했으며 친일 주구배(走拘輩) 주살 등 독립투쟁 전선 각 분야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그 이전엔 국가 독립 일꾼 양성을 위해 수원삼일학교를 개교, 초대 교장이 됐으며 밭을 갈며 배우자는 ‘경학사’를 만들기도 했다.

조길성씨의 할아버지 조태환 선생은 1920년대 만주 일대에서 오동진 장군과 더불어 독립군을 이끌었다. 조씨의 외조부 고 이강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뒤에서 독립운동을 돕고, 당시 독립운동 소식지였던 ‘대동공보’와 ‘해주신문’ 등을 발간했다. 임씨와 조씨의 할아버지는 모두 국가 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들은 집안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할아버지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생명과 전 재산을 바친 탓(!)에 험난한 세월을 살았다. 임씨는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몇 년 전 뇌수술을 받은 이후 직장도 없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씨도 넝마주이, 주차관리원 등 거친 인생을 살았다.

조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포함한 국가유공자들의 후손이 자신들의 조상이 몸 바쳐 지킨 나라에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가 많은 관심을 뒀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부분 친일 매국노의 후손들은 이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을사오적’ 이근택의 후손들은 대학총장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05년까지 선대의 친일 재산을 되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9건이나 낸 적도 있다. ‘정미칠적’ 이병무 후손은 정계와 재계에 진출했으며, ‘경술국적’ 민병석의 후손은 대법원장을 지냈다. 말이 필요 없는 매국노 이완용과 송병준의 후손은 땅 찾기에 나섰다. ‘그 할애비에 그 손자’다.

친일사학자 이병도의 후손들은 서울대 총장과 문화재청장까지 지냈다. 더 억장이 터지는 일은 일본 극우세력의 역사관을 따르는 친일세력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명해야 하며,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 위안부를 매춘부로 폄하하는가 하면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담은 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하기도 했다. 아직 진정한 광복이 오지 않았다는 임씨와 조씨의 한탄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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