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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여름철 독서와 예술교육

 

탄소배출량을 현재 상태로 계속 유지할 경우 2050년의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는 국립기상연구소의 연구 발표도 있었지만, 이제 아열대성 기후가 먼 남쪽나라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여름 날씨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급속한 생태계의 변화가 사방에서 포착되면서 40년 뒤의 걱정거리가 아닌 지금의 문제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전력난과 조삼모사식 세제개편 소식에 애꿎은 서민들의 마음만 푹푹 찌게 만든다. 이래저래 올 여름 폭염과 살인적인 습기를 떨치기가 쉽지 않으니, 책 몇 권 챙겨 숨고르기라도 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도 괜찮겠다.

사실 여름철은 예나 지금이나 독서의 계절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이명기의 ‘송하독서도’나 김희겸의 ‘산가독서도’에는 책을 읽으며 여름날을 보내는 선비의 피서법이 잘 드러나 있다. 지난 신문들을 검색해 보아도 여름나기에 빠지지 않고 단골 등장하는 방법이 바로 독서다. 혼자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여름은 독서의 계절

필자의 책읽기도 어린 시절 여름 방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피서 여행이 흔치 않았고 사교육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가 늘 고민거리였다.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뒹굴며 낮잠을 자거나 책읽기로 보낸 기억이 남아 있다. 상급 학교로 진학해서도 여름 방학의 소일거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스무 살 언저리까지의 여름 방학을 통해 얻은 책읽기가 필자의 지적 재산의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있지만 정작 사계절 중에서 도서 매출 실적이 가장 저조한 때는 가을이라고 한다. 하늘 높고 바람 좋은데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놀기에 안성맞춤이니 누가 조용히 책에만 묻혀 있겠는가. 그래서 이런 어려운 사정을 타개하려고 출판업계가 마케팅 차원에서 만들어 사용해 오던 문구가 바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직장인들의 휴가와 학생들의 방학이 겹치는 여름철이 출판 시장 성수기라고 한다. 서점가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소설 화제작들이 이 시기를 겨냥해 쏟아져 나왔고 여름방학을 이용한 각종 독서 캠프가 개최되며, 지역의 크고 작은 도서관에는 더위를 피해 책을 읽으려는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예술교육, 인문학 결합 필요

바람직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책읽기와 예술의 결합을 모색하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예술이 한가하게 노래나 부르며 다가올 추위에 대비하지 않고 게으르기 짝이 없게 음풍농월이나 하는 베짱이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잘 노는 것도 경쟁력이다. 같은 일을 해도 즐겁게 하는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고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 역시 주지하는 바다. 예술을 통해 무한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조적 능력을 키우고, 일상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의 기반이 더욱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예술이 잘 어울릴 때 가능하다. 그동안 예술 교육은 실기 위주로 편중되어 균형을 갖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도, 소위 예술 한다는 사람의 자세도 서로 다른 세계인 것처럼 겉돌았다. 책읽기를 통한 인문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탓이다. 예술이 사람과 사회와 역사에 깊은 애정과 책임을 지닌 모습으로 시대의 정신을 이끌면서 즐거운 삶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조용히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무허가 캠프 사고 소식이나 해운대의 인파와 무질서한 행락문화로 빚어지는 아프고 쓸쓸한 보도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그 자리가 독서와 예술체험, 인문학과 예술교육이 결합된 여름 캠프에 참가자들이 넘쳐난다는 기사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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