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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인간다운 생활, 488063원으론 불가능하다

 

사회복지를 국가가 계획하고 집행하기 위한 최상위 법적 근거로써 사회보장기본법이 있다. 이 법에서 사회보장의 이념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 등을 통해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평생안전망을 제도화시켜 보편적인 사회적 위험 및 생애 위험에 대해 최대한 포괄적으로 예방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다양한 제도의 기능과 목표는 각기 다르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공적 복지 기능은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에 있다. 보편적인 성격에 사전적인 예방기능으로 사회보험이 제도화되었다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 국가들이 운영하는 제도가 바로 공공부조이다. 공공부조는 빈곤층을 급여의 대상으로 집중화시켜 빈곤상태를 완화하고, 잠정적으로 탈 빈곤에 이르게 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조 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장이 있다. 언론을 통해 듣게 되는 ‘수급자’란 용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 수급자들은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정한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고 탈 빈곤이 가능한 자립적 지원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보장받고 있나?

지난 14일 복지부는 2014년도 최저생계비를 발표했다. 최저생계비는 한국 사회 빈곤선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수급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이고, 현금으로 지원되는 급여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내년도 최저생계비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163만820원이고 현금 급여는 1319천89원이다. 2012년도 도시근로자 4인 가구 평균소득이 501만7천805원과 비교할 때, 단 32.5%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7.2%와 비교했을 때, 현금급여 인상률이 4.2%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최저생계비에 대한 비현실적인 계측을 반증한다. 최저생계비 계측 및 결정은 관료 및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진행된다. 이 위원회는 빈곤의 이해당사자를 배제시킨 채 사회적 합의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빈곤운동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의 연대체인 민중생활보장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부터 한 달간 기초수급자 가계부조사를 실시했다.

실제 수급자 22가구에서 한 달간 가계부를 작성해서 정부의 최저생계비 및 현금급여의 적정성을 비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조사결과, 생활비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생활비의 절반에 이르는 비용을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다. 50대 1인 가구의 경우 현금급여로 46만6천370원을 지원받아 이 중 약 54%에 이르는 25만원을 월임대료를 지출했고, 식료품비로 단 5만3천540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현행 최저생계비 중 주거비 비중은 단 15.8% 수준으로 머물고 있다. 더욱이 질병으로 한 달 이상 입원하는 경우 주거급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기퇴원을 하는 수급자도 파악되었다. 이렇게 볼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뿐만 아니라 의료에 대해서도 매우 부족한 보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최저생계비 대비 현금 급여 비율은 2006년 85.5%, 2010년 83.75%, 2013년 81.8%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0만3천403원이고 이에 따라 현금 급여는 48만8천63원 지원될 예정이다. 48만8천63원으로 사회보장기본법에서 말하는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최저생계비의 개념을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명시했지만,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은 사라진 채 최소한의 비용만이 제도 운영의 핵심이 되었다. 이에 최저생계비 수준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탈 빈곤의 목적은 외면한 채 빈곤방치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활용할 뿐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는 폐쇄적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사회 합의적이고 민주적인 요소의 강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즉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 직접 이해당자자인 빈곤층 및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실질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실현된다면,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는 가능해질 수 있다. 빈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회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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