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9일 앞둔 1985년 9월20일 오전 9시30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이 동시에 판문점을 통과해 서울과 평양으로 각각 향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그리고 3박4일 동안 각기 151명으로 구성된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은 서울과 평양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가족을 상봉하고 공연도 펼쳤다. 우선 21일 평양에 간 우리 측 고향방문단 가운데 35명이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41명의 그곳 가족·친척들을 만났다. 서울에 온 북한 측 고향방문단 가운데 30명이 숙소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51명의 이곳 가족·친척들을 만났다. 이러한 만남은 22일까지 이틀간 이어졌다. 당시 분단 40년 만에 꿈에 그리던 혈육들의 만남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산가족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돼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예술공연단도 9월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서울예술단은 평양대극장에서, 그리고 평양예술단은 서울 중앙국립극장에서 각기 2회의 공연을 가졌다. 정치성을 배제하고 전통적인 민속가무로 채워진 서울과 평양의 공연에서 특히 서울예술단이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 <꿈에 본 내 고향> 등은 북한 주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방문기간 동안 분단이래 최초 북한 땅에서 주일예배와 미사도 있었다. 평양 방문 사흘째인 9월22일 일요일을 맞아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 단원 가운데 기독교 및 천주교신자 50여 명은 이날 새벽 6시부터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예배와 미사를 차례로 올리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한 게 그것이다. 기독교는 황준근 목사의 인도로 예배를, 천주교는 지학순 주교의 집전으로 미사를 진행하며 이 땅에 하루빨리 평화가 내리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곧 올 것 같던 평화는 지금까지 오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상봉도 15년이 지난 2000년 11월30일 제2차가 이루어졌고, 2005년부터는 서울과 평양에서 화상상봉이 도입돼 그나마 갈증을 달랬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중단됐다. 그리고 3년 만에 어렵사리 성사된 상봉이 일방적인 북한 측 연기로 무산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하필 18년 전 첫 만남을 이룬 그날에 연기사실을 발표했다. 북한의 폐쇄성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