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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소시오패스 사회

 

우연히 EBS <지식채널-e>에서 ‘소시오패스’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접했다.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인구의 4%가량이 소시오패스라고 주장한다.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무섭다. 사이코패스는 뇌 구조가 잘못돼 타인에게 공감할 능력이 전혀 없는 반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도 알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도 있다. 눈물도 웃음도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당최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언제나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는다.

소시오패스는 대체로 두뇌가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머리는 좋고 양심엔 털이 났으니 상류층 인사나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수월하다. 더구나 그들 보기에 거추장스러운 ‘양심’을 가진 보통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출세와 성공은 더욱 수월하다. 소시오패스는 항상 자신의 욕망과 야심을 실현할 ‘지배게임’에 몰두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가 바로 소시오패스다. 문제는 이렇게 정형화 된 캐릭터로 인해 우리가 종종 인식의 함정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식의 착각과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라면 우리가 만나는 25명 중 1명이 양심에 털 난 인간이라는 얘기가 된다. 드라마와 영화가 아니라 우리는 일상 속에서 소시오패스들에게 지배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마사 스타우트가 쓴 책의 제목도 바로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다.

더 끔찍한 사실은 소시오패스가 ‘학습’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타고나는 거라면 4%에 그치겠지만, ‘학습’ 가능하다면 사회 전반이 ‘감염’될 수 있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고, 뱀파이어에게 물리면 뱀파이어가 되듯이…. 바로 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양심 없는 인간이 4%래”라고 했을 때 “그것밖에 안 돼? 양심 가진 사람이 4%는 아니고?”라는 반문이 돌아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미 소시오패스가 완전 점령한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난다. 양심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것에 능숙하다, 밥 먹듯 약속을 깬다, 거짓말을 잘 해서 자신의 성격을 카리스마나 리더십으로 위장한다, 이간질로 갈등을 일으킨다, 자기 잘못이 들통 날 경우 동정심에 호소한다, 매사에 냉정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발생했던 일들을 소시오패스 특징에 비추어 보라. 무섭게 들어맞지 않나. 과연 히틀러와 스탈린만 소시오패스였을까?

이런 관점이 지나친 비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 소시오패스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나와 내 가족 정도 빼놓고 세상이 온통 소시오패스처럼 보인다. 나아가 자신의 소시오패스 행동조차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정당화하게 된다. 성찰과 반성은커녕 소시오패스가 창궐할 사회적 토양을 더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식채널-e> ‘소시오패스’ 편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양심=다른 사람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한 책임감.’ 소시오패스는 애착과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분노 자체를 모른다. 양심에 털 난 인간들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해도 분노할 줄도 모른다면 그 역시 소시오패스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모르는 ‘짐승’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를 소시오패스들의 손아귀에서 되찾을 수 있을까? 나의 양심부터 되찾아야겠지만, 그것만으론 안 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소시오패스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식을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 소시오패스는 이래저래 숙고해볼 만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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