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가족제도의 변화와 커피전문점
[경제포커스]가족제도의 변화와 커피전문점
  • 경기신문
  • 승인 2013.10.0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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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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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선진 서울시립대 외래교수

예전에는 번화가 상권이나 대로변 목 좋은 곳에 있던 커피숍이 지금은 아파트단지, 교회, 학교 등지의 인근 지역이나 골목길에도 들어서면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 일로에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커피 전문점의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모범 기준을 만든 뒤 과열현상은 일시적으로 주춤해진 듯하다. 하지만 신규 창업 희망자 3명 중 1명이 커피전문점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고, 기존 커피전문점들도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다.

이유는 소비자의 니즈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좀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맛과 기호식품 관련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초기에 매료되었다가 금방 식상해지는 경향을 종종 보여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창 유행하던 탕수육 전문점이나 조개구이점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수요는 제품의 가격과 소비자의 소득이나 기호, 인구 등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 커피 전문점 시장의 확대 현상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나온다.

어떤 이유로 첫 번째 ‘쓴맛’을 경험하면서 한번 맛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카페인 중독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지만 변화하고 진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추어 커피전문점도 진화하고 있다. 고종 임금이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 맛을 본 이후로 인스턴트커피가 등장하면서 커피의 대중화가 이루어졌고, 이제는 소비자가 직접 원두를 구매하여 구워 만든 전문적인 수준의 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최근 로스터리 카페가 성행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와 음료 외에 홍삼·단호박 등 웰빙식품을 접목한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맛과 기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가는 커피전문점을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다. 또 다른 원인을 보면 가족제도 변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가 포화상태라고 생각하는 커피전문점의 확대를 지지해 주고 있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 집은 경제적·교육적 기능과 더불어 오락적·사교적 기능 등을 수행했다. 안방과 대청마루에서 전자의 기능이 수행됐다면 사랑방은 후자의 기능을 수행했다. 이런 다면적 기능이 핵가족화 되면서 일부가 거실과 탁자에서 이루어지게 됐고, 많은 부분이 학교와 학원, 직장 또는 동호회 모임 등으로 분산됐다.

그런데 가정에 정보통신 기술(IT)이 접목되면서 핵가족은 다양한 시설과 개인으로 분해됐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구경하기 힘들고, 집에서 자녀를 보기 어렵다. 또래의 어린이들과 엄마는 경제적 지위에 맞추어진 외부시설에서 교육을 위탁하며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고 소통한다. 청소년은 학교와 학원 외에 집에 오면 자기 방에서 PC와 스마트폰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또래의 친구들과 소통한다.

이런 가족제도의 변화는 과거 소통의 공간이던 사랑방을 대신해서 커피 전문점으로 모여드는 문화로 이어진다. 이제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컴퓨터를 휴대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과제를 하는 대학생 및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들도 끼리끼리 모이는 장소가 됐다. 골목길 커피숍엔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일반적인 가족과 집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한 점점 그 형태가 진화하여 커피전문점은 물론 노래와 영화감상, 게임 등을 하는 ‘멀티카페’ ‘애완동물카페’ ‘ 북카페’ 등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즈음 모 공중파TV의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가족들이 ‘희로애락’을 집안에서 같이 하는 것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낀다. 덤으로 어른들의 지혜와 절제도 배우고 심심하지도 않다. 불황기에 커피전문점은 좋은 창업아이템으로 지속될 전망이지만, 현대인에게 모든 것을 풀어놓고 나누는 공간이 가정으로 회귀되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그럴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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