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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2코스걷고 싶다, 역사가 풍경이 된 섬
역사의 현장에 서면 몸이 길을 찾는다
항쟁의 함성...나들길에 서면 염하가 붉게 물든다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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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0일  22:03:13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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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시작된 섬이다. 단군왕검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제사를 지낸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숱한 역사가 펼쳐졌다. 또 외국의 문화가 바닷길을 통해 육지로 들고 나던 관문이기도 했다.

이런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찾아가는 도보여행길이 있다. 바로 강화 나들길이다. 현재 15개 코스로 조성되어 있는 강화 나들길은 바다를 따라 걷거나, 외국의 침략에 대비해 섬을 빙 둘러 만든 53개의 돈대를 만나거나, 몽골항쟁에서부터 병인양요, 신미양요에 이르는 민족의 국난 극복의 의지가 서린 전적지와 함께 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주말 강화 나들길 2코스 호국돈대길을 걸었다. 이 길은 염하(鹽河)와 함께 한다. 염하는 강화도와 김포를 나누는 물길로 폭이 가장 넓은 곳도 1.5km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의 조류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다. 염하의 물살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손돌목의 유속은 시속 8노트(14.8㎞)다. 사람만한 바위가 물살에 쓸려 다닐 정도로 빠르다. 염하의 활약은 조선 말기에 빛을 발한다. 이곳에서 통상개방을 요구하는 서구 열강에 맞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또 한양과 삼남(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였다. 삼남에서 걷은 조세는 모두 이 물길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갔다.

2코스는 갑곶돈대에서 초지진까지 17km 해안도로와 함께 한다. 대부분이 바다를 보며 걷는 둑길이다. 중간마다 돈대에 들러서 항쟁의 역사를 음미한다. 이 길은 본래 강화외성 자리다. 강화외성은 염하를 지키기 위해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축조한 성곽이다.

출발점은 갑곶돈대다. 갑곶돈대는 서울의 주요 방어기지인 동시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왕실이 피난하는 제일의 후보지였다.

갑곶돈대를 나와 염하를 따라서 철조망이 쳐져 있고 길은 잡초가 깔린 포근한 흙길이다. 철조망 너머에는 저인망 어선 몇 척이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쉬고 있다.

강화역사관에서 1.5km쯤 내려오자 더리미포구가 나왔다. 이곳은 장어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강화의 이름난 장어집은 이곳에 몰려 있다. 갯벌 위의 낡은 어선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배는 언제 고기잡이에 나섰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낡았지만 갈매기들의 휴식처로 그만이다.
 

   
 


나들길은 더리미포구를 지나면서 찻길과 바짝 붙어 간다. 이 길은 용진진을 거쳐 용당돈대를 지날 때까지 이어진다. 차량이 많을 때에는 성가실 정도로 지루한 차도와 함께 한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한쪽엔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이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선 염하가 푸르게 출렁인다.

용당돈대의 언덕을 내려서자마자 서둘러 해안 길을 따른다. 찻길에서 멀어지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갈대가 웃자란 길은 화도돈대를 거쳐 오두돈대까지 이어진다.

오두돈대는 아늑하고 호젓하다. 광성보나 초지진처럼 유명세를 타지 않아서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하지만 2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은 또 숲이 좋다. 오두돈대를 감싼 숲이 한없이 고맙다. 고작해야 100m 내외의 오르막이지만 잠시나마 다리쉼을 하면 돈대에 올라 염하를 내려 보는 여유를 부려볼만하다. 또 관광객이 많지 않아 돈대 하나를 혼자서 독차지하는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오두돈대를 내려서면 잠시 찻길과 만났다가 다시 해안선을 따라 간다. 염하를 향해 옹벽을 친 것 같은 길에는 사람 키 높이를 넘는 갈대가 웃자라 있다.

오두돈대에서 2km를 걸으면 광성보다. 강화도의 5진7보53돈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이곳은 염하에서 물목이 가장 좁은 곳이기도 하다. 건너편 덕포진까지는 불과 500m 거리다. 염하를 향해 툭 불거져 나온 이곳은 자연히 천혜의 요새다. 신미양요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화력에서 절대열세였던 조선 수군은 미국 함대와의 전투에서 대부분이 전사했다. 광성보에 세워진 안내판에 있는 사진이 그날의 치열한 전투를 말해준다.

광성보는 손돌목돈대와 용두돈대, 광성돈대 등 크고 작은 유적지가 많다. 당연히 관광객도 많이 몰린다. 광성보 유적지로 난 길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시원한 숲그늘과 반듯하게 다듬은 길이 걷기 좋다. 특히 염하를 향해 설치한 포대진지를 지나면 오롯한 오솔길이 반긴다. 갑자기 인적이 뚝 끊기면서 깊은 숲에 든 것처럼 호젓해진다. 이 오솔길은 다시 찻길과 만날 때까지 300m쯤 이어진다.

광성보를 지나 찻길과 만나는 시간은 아주 짧다. 곧바로 염하를 따라 나들길이 이어진다. 1km쯤 뻗은 길은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황토밭과 외딴집을 지나 몇 걸음만 더 보태면 덕진진이다.

덕진진에서 염하의 빠른 물살을 바라보노라면 물살에 쓸린 바위들이 서로 부딪치며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조운선을 타고 한양으로 향하던 뱃사람들의 우렁찬 뱃노래 같기도 하고, 침략의 발톱을 세우고 밀물져 오는 서구 열강의 함정에서 품어대는 함포소리 같기도 하다.

덕진진을 나와 다시 둑길로 접어들면 염하 건너 김포 대명포구가 보이고 초지대교가 지척이다. 종착지인 초지진이 가까워진 것이다. 초지진은 외적을 막기 위해 조선 효종이 구축한 요새다. 그 후 근대로 들어오면서 초지진에서는 외국과의 잦은 마찰이 빚어졌다. 지금도 그때의 전투 흔적으로 당시의 대포가 포대를 지키고 있다.

초지진은 2코스 종착이자 8코스의 시작이다. 이곳에서 분오리돈대로 이어지는 17.2km 길은 철새를 보러가는 길이다.
 

   
 


◇여행메모

△가는 길=강화도로 드는 길은 두 갈래다. 김포를 지나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대교를 건너는 게 첫 길이다. 강화대교를 건너면 바로 나들길 2코스 시작지인 갑곶돈대가 나온다. 또 김포에서 양촌사거리를 지나 초지대교를 건너면 초지진이 나온다. 덕진진이나 광성보 등 유적지 앞에서 해안길 버스를 이용하면 갑곶돈대로 되돌아올 수 있다.

△먹거리=더리미포구는 손꼽는 장어구이마을이다. 염하에서 잡은 민물장어를 맛볼 수 있다. 강화에서 인삼막걸리와 밴댕이회도 놓치면 서운하다. 김포에서 초지대교 건너기 전에 있는 대명포구는 저렴한 값에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나들길 중간에 벤치와 정자, 쉼터가 있어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나들길=1코스 심도역사문화 길(강화터미널-고려궁지-북장대-갑곶돈대.18km. 난이도 중)

2코스 호국돈대 길(갑곶돈대-오두돈대-광성보-덕진진-초지진.17km. 난이도 하)

3코스 능묘가는 길(온수공영주차장-길정저수지-이규보묘-가릉.16.2km. 난이도 하)

4코스 해가지는 마을 길(가릉-건평나루-외포리여객터미널-망양돈대. 11.5km. 난이도 하)

5코스 고비고개 길(강화버스터미널-국화저수지-오상리고인돌군-망양돈대-외포리터미널. 20.2km. 난이도 중)

6코스 화남생가 가는 길(강화버스터미널-선원사지-화남생가-광성보. 18.8km. 난이도 중)

7코스 갯벌보러 가는 길(화도공영주차장-일몰조망지-갯벌센터-마니산청소년수련원-화도공영주차장. 20.8km. 난이도 중)

7-1코스 동막해변 가는 길(화도공영주차장-일몰조망지-갯벌센터-분오리돈대. 23.5km. 난이도 중)

8코스 철새보러 가는 길(초지진-황산도선착장-동검도입구-후애돈대-분오리돈대. 17.2km. 난이도 중)

9코스 교동도 1코스 다을새 길(월선포선착장-화개사-남산포-교동읍성-월선포선착장. 16km. 난이도 중)

10코스 고동도 2코스(대룡리-애기봉-죽산포-양갑리-대룡리. 17.2km. 난이도 중)

11코스 석모도 1코스 보문사 가는 길(석모도선착장-민머루 해변-어류정수문-보문사.16km. 난이도 중)

12코스 주문도 길(주문도 선착장-주문진-해당화군락지-뒷장술-고마이-주문도선착장. 11.3km. 난이도 하)

13코스 볼음도 길(볼음도선착장-조개골-진뜰-갯논뜰-볼음도선착장. 13.6km. 난이도 하)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 길(용흥궁-남장대-찬우물약수터-철종외가. 11.7km. 난이도 하)

15코스 고려궁 성곽 길(남문-남장대-국화저수지-북문-동문. 11km. 난이도 하). 문의 (http://www.nadeulgil.com)

강화=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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