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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문화융성과 문학

 

최근 문화융성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도 문화융성과 관련된 일정이 어김없이 포함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문화융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높다는 홍보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한 내용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내달 2일부터 시작될 서유럽 순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드라마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문화융성 의지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직접 나서는 역할들을 하게 될 것”이라고 특별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문화융성은 창조 경제와 함께 국정기조 중 하나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다. 그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은 앞서 해외 순방 중에도 현지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적극 참석하면서 문화융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미국 방문 중 ‘동맹60주년 기념만찬’ 행사가 열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 문화예술을 소개한 것을 비롯해 중국 방문 시에는 ‘K-팝 한·중 우정 콘서트’ 현장을 방문했고, 진시황 병마용을 관람하면서 양국 간 문화교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베트남 국빈 방문 때에는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깜짝 워킹’도 선보였고, 인도네시아 국빈 방문 당시에는 ‘한-인도네시아 현대미술 교류전’에 참석해 양국 문화예술 교류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에 대한 의지와 애착은 매우 강하다. 일요일인 지난 27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문화융성의 우리맛, 우리멋-아리랑’ 공연 역시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 행사 중 하나다.

대통령의 의지가 이러하자 청와대는 물론 정부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청와대는 “문화융성을 위해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해 ‘문화가 있는 삶’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앞으로 청와대 앞 사랑채에 한식과 전통문화 전시를 계속하는 것은 물론 각종 교과 과목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예술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구상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일찍이 ‘문화 융성’을 국정 화두로 삼은 정부는 없었다. 실물경제적 논리에 밀려 문화를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자는 생각은 늘 뒷전으로 밀려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다르다. 공식적으로 ‘문화’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문화융성이란 말은 문화를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문화를 국가발전의 부차적인 요소로 생각하기보다 문화가 정치·경제 등과 함께 나라를 부흥시키는 핵심요소로 인식돼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문화가 가진 다양한 가치와 힘을 사회 전 분야에 확산시켜 개인·사회 및 국가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은 이런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고 기대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키워드다.

그러나 문화융성이라는 국가정책 기조에서 정작 대우 받아야할 인문학의 중추인 문학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어 뜻있는 사람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문학나눔 사업의 축소다. 문학나눔사업은 우수 문학도서를 선정, 구입해 산간벽지, 마을문고, 어린이도서관, 교도소, 고아원,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계층)에 보급해온 사업이다. 올해는 40억원의 예산으로 320종을 선정해 종당 1천200부씩 구입, 배포해 왔다. 시, 소설, 희곡, 어린이도서, 산문집 등의 책들이 양서이기만 하면 초판 물량 정도는 소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문학 출판 시장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정부는 이 같은 사업을 문화융성을 외치면서 슬그머니 없애려 하고 있다.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한편에선 문화융성을, 다른 한편에선 문화융성의 기본기를 무너뜨리고 있는 꼴이다. 문화적 국격과 경제력을 키우고, 국민 모두가 문화를 향유하게 하려면 이런 사소함부터 해결해야하며 문화융성은 이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내 문학의 발전 없이 문화융성을 이루려는 것은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만 바라는 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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