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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창의성,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용기

 

세상살이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뭐 하나 신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삼성그룹이 분기에 10조 이상의 수익을 내는 등 한국 기업들이 나름 선전하는 데도 경제는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오히려 일부 재벌기업의 성과 때문에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수출 호조와 외환보유고 확충 같은 것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학교에 있으면 이것을 실감한다. 4학년 졸업반 학생들의 취업 소식이 잘 들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또 사은회를 취소해야 할까? 지난해에는 취업에 곤란을 겪는 졸업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사은회를 갖지 않았다. 사회를 향해 내딛는 젊은이들의 첫발걸음이 이토록 무겁다니! 그런 점에서 올해 겨울은 더 스산할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군 이래 가장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이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견디고 헤쳐 나가라고 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물론 비약적 경제적 성장을 통해 한국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고, 한 세대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미래다. 제조업은 생산성을 추월하는 높은 임금 때문에 해외로 옮겨간 지 꽤 되었다. 출산율은 떨어져 노동인구는 줄고,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복지제도가 경제적 효과를 얻으려면, 삶의 안정과 소비 진작 효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결혼과 집장만을 도와주고, 출산과 양육을 국가와 사회가 나누어져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노동인구들이 그나마 희망을 가질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때로 내가 이 젊은이들과 같은 세대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가도, 그들의 절망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지 않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사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다른 국가들도 겪었던 일이다. 어느 나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또 어떤 나라는 영락하여 더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위기란 게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우리는 말 그대로 혁신의 경계선에서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란 구호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한국은 20세기 중반 세계 최빈국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조업만의 일이다. 제조업의 성공에 취해 그 다음의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고급 인적자원이 중심이 된 창의적 지식산업, 삶의 질을 높일 서비스산업, 소프트 파워의 콘텐츠 산업 등에서 우리는 여전히 후진국에 가깝다. 제조업 중심의 승자의 저주가 그 다음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그 혁신의 관건은 지금의 틀을 뒤집을 수 있는 창의성이다. 그리고 창의성은 바로 우리에게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를 다투던 필름 업체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으로 만들고도 수익에 타격을 줄까 미뤄두었다가 아예 망했다. 넘보기 어려울 아성을 쌓았던 모바일폰 제조업체 노키아 역시 스마트폰 열풍에 무너졌다. 오바마 폰이라는 별칭으로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상징이었던 블랙베리 역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그에 반해 구글이나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들은 제조업의 경쟁이라는 익숙한 패러다임을 떠남으로써 새로운 승자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 능력의 여부다. 십수년 전 한 기업인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고 했다. 그게 해당 기업만의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모토가 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창의성의 창조경제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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