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부터 경기 인천지역을 비롯한 전국 기온이 급강하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대륙 고기압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쏟아져 내려와 자주 영향을 주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예년보다 심한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예보다. 이미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전력업계는 이대로 라면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인 8천100만㎾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동계 전력수요와 기상청 장기예보 등을 종합한 결과, 올겨울 전력수요 피크 시기는 내년 1월 중순쯤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설비용량 58만㎾급)가 28일 새벽 1시18분쯤 발전을 정지했다. 고리1호기는 설비용량 58만㎾급으로서 1978년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다. 2007년 6월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됐으나 2008년 1월 다시 운영 승인을 받아 10년 연장된 상태다. 계획예방정비를 받고 지난달 5일 발전을 재개했으나, 50여일 만에 다시 멈춰 섰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터빈 계통 고장으로 보고 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아는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17기만 가동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를 비롯, 케이블 교체 작업 중인 3기와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빛 4호기가 정지돼 있다. 고리 1호기의 발전 중단은 큰 타격이다. 올겨울에도 지난여름·겨울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전력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이 우려됐던 올해 여름에는 절전규제와 휴가분산 등으로 위기를 넘겼다. 정부의 매년 똑같은 절전 정책이 먹힌 게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절전을 생활화했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생각할 것도 없이 정부는 예년과 같은 ‘전력수급 대책’을 내놓고 국민과 기업에게 절전을 읍소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다. 착한 국민과 기업들이 협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내년 여름과 겨울에도 이 나라 국민들은 다시 이런 우려를 안고 살아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고서도 원전을 건설하자고 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위험성 높은 원전보다는 국책사업으로 태양과 바람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해 점차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