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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 민영화의 다른 이름 탈공공화

 

철도, 교육, 보건의료 등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정책에서 ‘민영화’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철도노조는 ‘KTX 민영화 반대’를 내걸고 파업 중이며,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나오자 시민단체들은 교육 및 보건의료에 대한 민영화 반대를 내걸었다. 이에 노동계와 시민사회진영에서 일련의 정부정책에 대해 민영화로 규정짓는 이유에 대해 철도, 교육, 보건의료의 순서대로 살펴보자.

정부의 철도개혁조치 이면에는 부채문제가 있다. 정부는 철도부채의 원인을 독점과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지목하면서 민영화나 경쟁도입만이 부채해결의 유일한 수단처럼 주장해왔다.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부채의 규모는 14조3천억원으로, 연간 이자비용으로만 1조1천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청을 철도공사로 전환할 당시 민간회사처럼 운영해야 효율성이 높아지고 부채문제도 해결가능하다고 했지만 부채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결국 2004년 공사전환 및 철도 상하 분리는 국가가 해결해야할 빚을 공사로 이전시키면서 매년 1조원이 넘는 이자를 금융시장에 챙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적인 빚에 대한 책임은 외면한 채, 모든 문제의 원인을 공사의 방만 경영으로 부각시켜왔다. 방만 경영의 진위를 접어두고라도 빚을 갚기 위해서는 수익이 보장된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운영해서 경영효율화를 제고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사기업에게 KTX의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빚을 포함한 모든 리스크는 철도공사에게 책임지우면서 민간에게 수익률을 가로채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철도공사의 부채는 커질 것이고, 빚은 고스란히 세금과 철도요금으로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 중 교육부분의 주요 내용은 8곳의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 안에 외국교육기관을 세울 때 외국학교법인이 국내학교법인과 함께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즉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내세워서 삼성, 포스코, 하나은행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학교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미 이와 같은 대기업들은 자율형사립고 제도를 이용해 학교법인을 만들어 학교 개교를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학교를 세운 법인이 수익금을 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노스런던컬리지엇스쿨제주’ 법인은 9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이미 발생시켰고, 2017~2018학년도까지 총459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대하고 있다. 즉 사기업이나 개별 자본들이 돈벌이를 목적으로 학교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게 됐고, 이들은 더 많은 자율과 권한을 요구하며 공교육의 공공성을 위협할 것이다. 자사고 설립이후 공교육체계는 초등학교부터 균열됐고, 학생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피폐해졌다. 그런데 이보다 강도 높은 노골적인 교육현장의 돈벌이를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보건의료 부분 역시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고, 제한됐던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영리자회사가 모든 의료부문까지 사업을 확대하도록 허용했다. 이것은 사실상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이자 의료의 민영화로 규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왜냐하면 의료법인이 영리기업을 설립해서 이들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배당할 수 있고, 영리기업은 의료를 매개로 돈벌이가 되는 모든 사업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기존의 공적 소유구조를 사기업에게 매각하는 민영화는 추진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대표적인 공공재인 철도, 교육, 의료 부분에 사기업과 자본의 자유로운 영업행위와 참여를 보장한다. 이로 인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할 공공재를 상업화하고 영리화할 수 있다. 이에 노동 및 시민진영은 정부정책을 민영화로 규정했다. 소유권 변경여부만으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은 공공재의 탈공공화라는 맥락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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