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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 졸업생들에게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2010년에 발표됐던 ‘브로콜리 너마저’란 밴드의 졸업이란 노래의 일부이다. 졸업을 했거나,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심정을 가장 잘 드러낸 가사이다.

학생들은 사회와 어른들이 알려준 대로 취업을 위해 1학년 때부터 스펙을 쌓아간다. 대학기간 4년 동안 취업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학생들은 동분서주한다. 재학시절 동안 학생들은 청년실업을 자신이 겪을 미래 문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제도권 요구에 최대한 발걸음을 맞춘다. ‘No’라고 한 번 하지도 못 한 채, 청년의 특권인 일탈을 꿈도 꿔보지 않은 채 순응적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다가 4학년이 되면서 학생들은 서서히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지기 시작한다.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30대 대기업이 채용하는 대졸자는 매년 2만명뿐인데 졸업생은 50만명이 배출된다. 500대 기업 가운데 채용 계획이 확정된 243개사의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이 3만902명으로 예년 채용 실적(3만1372명)보다 1.5%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전체 사업체 종사자의 87%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채용 규모는 1년 전보다 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통계청의 지난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39.7%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OECD국가의 15~24세 청년층 평균 고용률은 39.3%이고 G7국가의 경우 42.4%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24.2%로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청년고용률 역시 하위권에 머물렀다.

각종 고용 및 실업지표를 보면 도무지 신통치가 않다. 한국의 청년고용이 심각한 이유 중 하나는 내수경기의 침체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규모의 축소가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대학생이 열심히 토익점수를 올리고 학점관리를 잘 해서 해결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회와 어른들은 ‘너만 아니면 돼’ 식으로 아이들에게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실업의 공포만을 심어줬다.

많은 수의 학생들은 애초에 없을 수도 있는 자리를 위해 스스로의 필요와 판단에 의해 공부하고 경험을 쌓기보다는 불특정한 한 곳을 향해 나침판을 맞춰놓고 학창시절을 보낸다.

작년 말 졸업을 앞둔 한 학생과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다. 대학에 입학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과(科)를 선택했지만 취업을 위해 전과를 했었고, 영어점수를 비롯해서 자신이 취업하고자 했던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경력을 위해 상당기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다. 학생이 대학을 입학한 이후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서 오로지 취업을 위해 자신의 대학생활을 촘촘히 계획해서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 입사원서를 제출했지만 서류전형에서도 통과하지 못하면서 좌절에 부딪혔고,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자책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학생은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의 여학생이다. 비슷한 자책을 하는 졸업생과 취업준비생이 많을 것이다.

단언컨대 결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려줘야 한다. 너무도 찬란하게 빛날 청춘들이 구조적인 저고용시대에서 제 소리 한 번 낼 기회조차 얻고 있지 못하다. 특단의 대책에 대해 정부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이 이야기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이 청춘들에게 ‘괜찮다고, 너희들 잘못이 아니니 분노하라’고 이야기 해 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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