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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 무궁무진 유전자원의 세계

 

농부에게 한 알의 종자는 수백, 수천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오늘날의 농업은 이러한 식량 보급뿐만 아니라 생명(BT)산업, 정보(IT)산업과 융·복합하여 첨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전자원 활용으로 인류의 편의와 발전을 향상시키는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

미국 최고의 주식 투자가 ‘워렌 버핏’이 즐겨 마시는 음료는 바로 콜라다. 피자나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즐겨 찾는 콜라에 대해 많은 사람이 ‘콜라는 합성 음료’라고 오해하고 있다. 최초의 콜라는 1886년 미국의 ‘J.S. 펨버턴’ 박사가 코카나무와 콜라나무 열매의 추출물을 혼합해 만들었다. 이 혼합물은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에 효과가 있어 처음에는 약국에서 의약품으로 판매됐다. 콜라나무는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높이는 20m에 달하는데, 콜라나무 종자에는 커피의 2~3배에 달하는 ‘카페인’과 ‘콜라닌’이 들어 있다. 그래서 종자를 생으로 씹으면 흥분과 활기를 느끼기 때문에 예부터 아프리카 사람들은 건조시킨 콜라나무 종자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녹인 것을 음료로 이용해 왔다.

세계적인 해열 진통제 ‘아스피린’의 원료는 바로 버드나무다. 버드나무과는 온대지방에서 한대지방에 걸쳐 약 350종이 서식한다. 기원전 1550년에 만들어진 파피루스에 보면 버드나무 껍질이 해열, 진통, 소염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진통제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30년대에 와서야 그 효과가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신’이라는 물질 때문임이 알려졌다. 1875년에는 스위스의 의사 ‘카를 부스’에 의해 장티푸스나 류머티즘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맛이 좋지 않고 먹으면 구역질이 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복용하기 매우 어려웠다. 1897년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과 아세트산을 섞어서 맛을 훨씬 좋게 한 새로운 약을 합성했는데,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의 앞 글자를 합성해서 ‘아스피린(aspirin)’이라고 명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스피린은 20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독감 치료에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은 전 세계 모든 가정의 상비약으로 자리 잡게 됐다.

‘타미플루’는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유일하게 인정받은 약이다. 제조사인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는 ‘타미플루’로 매년 2조~3조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로슈’는 2016년까지 ‘타미플루’ 특허권을 가지고 약을 독점 생산할 수 있는데,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 세계적인 공급 부족사태를 빚은 적도 있다. 이 약의 원료는 중국에서 향신료용으로 쓰던 ‘스타아니스(Illicium verum Hook. f.)’라는 식물이다. 치약과 비누 등 위생용품부터 캔디, 과자, 향수, 담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향신료에 불과했던 이 식물의 열매가 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제약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종자’라고 하면 일상과 멀게만 느껴지지만 이렇듯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소중한 종자의 보존을 위해 우리나라에는 로봇이 입출고담당하는 최첨단 종자저장시설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있다. 식물 유전자원 2천773종, 20만1천244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진설계 7로 건물도 아주 튼튼하게 지어졌다. 유전자원의 안전보존과 활용을 위한 최고의 시설인 것이다.

한 알의 종자는 인류를 살릴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인류가 밝히지 못한 유전자원의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연구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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