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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 한국 천주교의 고난과 영광

 

최근 염수정 안드레아(71세)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또한 우리나라 첫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보다 앞선 ‘순교 1세대 124위’에 대해서도 복자(福者)로 시복(諡福)되는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초기 기독교(Christianity·그리스도교)는 천주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선교사 등 종교적 사명에 불타는 사람들에 의해 신앙의 가르침을 얻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 세계 기독교 역사에 있어 유일하게 자생적(自生的)으로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1700년대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도입된 천주교가 신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1759~1791)은 모친상 때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지내지 않아 참수 당했다. 백정 황일광도 당시 신분철폐에 앞장서다 순교했다. 조선시대 순교자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정약종-정하상 부자. 정약종은 1801년 순교하기 전 천주교리를 쉽게 해설한 ‘주교요지’를 저술하고 최초의 평신도 단체 회장을 맡는 등 한국 천주교의 초석을 닦는 데 기여했다. 그의 둘째 아들인 정하상도 북경교구에서 조선교구를 분리 설립하는 과정과 김대건 신부의 마카오 유학 등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다 기해박해(1839년) 때 순교했다. 1845년 김대건 안드레아는 한국 최초의 신부로 서품되었으나 이듬해 혹독한 고문을 받고 순교했다.

한국 천주교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참석 하에 성인(聖人) 103위(位) 시성식(諡聖式)을 가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천주교 전래 초기의 순교자들이 성인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즉, 순교 2세대인 정하상과 김대건 신부 등은 성인으로 추대됐으나, 정하상의 부친 정약종과 그 이전의 순교 1세대들은 교회사 저편에 묻혀버렸다. 결론적으로 한국 천주교 역사의 앞부분이 제외됐던 것이다.

이번 교황청에 의해 시복된 복자 124위는 1984년 성인 시성 때 제외됐던 한국 천주교의 시조(始祖)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종교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제야말로 천주교 역사의 빈 부분을 채워 넣게 된 것이다. 천주교에서 복자는 성인의 전(前) 단계로 뛰어난 덕행이나 순교로 신자들의 존경을 받는 이들에게 교회가 부여하는 호칭이다. 복자는 기적심사 등을 거쳐 성인으로 시성될 수 있다. 성인은 성덕(聖德)이 뛰어나 교회가 성성(聖性)을 공인한 이들로서 전 세계 천주교인들의 공경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기독교(그리스도교)는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모든 종교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천주교(舊敎· Catholic), 정교회(Orthodox), 개신교(新敎·Protestantism)는 모두 기독교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개신교만을 기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조차 ‘천주교·기독교·불교계의 대표인사’라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천주교와 개신교가 모두 기독교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2’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천주교 신자는 535만1천369명으로 조사됐다. 전체인구의 10%를 조금 넘는 비율이다. 한국 천주교는 2002년부터 10년 동안 신자비율이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9년 이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천주교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1791년 신해박해부터 1839년 기해박해를 거쳐 1888년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유교질서를 해쳤다는 이유로 처형된 순교 1세대들, 그들에 대한 시복(諡福)은 한국 천주교가 총 227위의 복자·성인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실로 대단한 명예와 영광이다. 염수정 추기경의 서임을 축복하며,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수 방한하여 복자 시복식을 주재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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