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 흐림동두천 14.5℃
  • 구름많음강릉 21.2℃
  • 흐림서울 17.6℃
  • 맑음대전 21.4℃
  • 맑음대구 24.2℃
  • 맑음울산 24.6℃
  • 맑음광주 21.4℃
  • 맑음부산 22.2℃
  • 맑음고창 20.1℃
  • 맑음제주 23.3℃
  • 흐림강화 14.3℃
  • 맑음보은 20.7℃
  • 맑음금산 20.5℃
  • 맑음강진군 22.2℃
  • 맑음경주시 25.4℃
  • 맑음거제 23.4℃
기상청 제공

[시민과사회]복지3법 둘러싼 정부의 외면과 협박

 

복지 3법(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개정을 두고 정부와 노동·시민 진영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 세 법안은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국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은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집권세력으로서의 노력보다는 공약파기의 정당화, 책임 떠넘기기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외면과 협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2월26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세 모녀의 죽음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제도를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접근도 용이하게 하도록 주문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현실과 제도가 갖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제도를 국민이 모르는 것은 철저하게 국가의 복지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다. 국민들은 정규 교과과정을 통해 권리로서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도 제도도 배운 적이 없다. 또한 일선 공무원들은 인력부족과 업무과중으로 사각지대를 발굴할 수 있는 짬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데 알지 못하고 발굴하지 못한 것을 채근하는 태도는 적반하장일 뿐이다. 더욱이 해당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제도에 신청했더라도 부양의무기준과 소득기준에 부딪혀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 외면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현재보다 더욱 복잡하고 보장의 수준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생계비 개념을 없애서 국가가 지원해야 할 최저수준의 책임을 지웠고, 다양한 급여를 통합적으로 지원해 온 급여를 부처별로 쪼개서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부처 장관의 재량으로 맡기도록 했다. 이렇게 된다면 복잡해진 급여체계 및 수급기준으로 제도의 접근은 더욱 낮아질 것이고, 한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장점이라면 보장성을 얕게 해서 양적으로 수급자의 수는 늘릴 수 있겠지만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빈민 및 장애인 운동단체는 1년 넘게 광화문지하도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기준 폐지와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해왔다.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정부의 입맛대로만 이루어진 개정안으로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경우 대선 공약시기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20만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여당은 대선공약에서 정확하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고, 국가재정을 고려할 때 대상자 폭을 좁히고 급여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약과 위반되는 법안을 내놓았다. 더욱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은 7월1일부터 조속하게 어르신들께 제공하고 싶지만 정부안에 합의하지 않는 세력 때문에 어려워졌다면서, 두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협박하고 있다. 기초연금의 경우 당장 소득 하위 일부 노인층에게는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연금이 제공될 수 있지만,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자 차별, 미래세대에 대한 연금수령액의 축소와 물가연동에 따른 기본 연금수령액의 반토막 등 예상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마땅한 답변 없이 일방으로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장애인연금역시 중증장애인 일부에게만 급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고, 장애등급 폐지에 대한 약속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언급했던 대통령이 지난 1년간 꾸준히 해 온 복지정치는 공약 및 현실 문제에 대한 외면과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시민 진영에 대한 협박이었다.

국민의 복지권을 무시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갈등과 차별을 가져올 정부의 복지 3법은 원점부터 재 논의돼야 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직시하고 귀를 열어야만 소중한 국민의 목숨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