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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인내의 마지노선 폭발

 

“미치고 화통 터져 죽을 지경인데 생떼를 쓴다고요? 촛불에 종북 좌파가 섞여 있다고요?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다고요? 한 해 교통사고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요?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런 소리를 합니까.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이 나라를 바꾸겠습니다.” 지난 10일 저녁 안산문화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기 위해,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모인 2만 시민의 마음이 드러난 절규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27일. 사고 당일 배의 침몰을 지켜볼 때까지만 해도, 국가가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조난신고 후 2시간도 채 못 된 오전 10시46분, 배는 선수만 남고 모두 가라앉았다. 이후 사흘 동안 해경, 해군 1천명이 넘게 구조에 투입됐다고 했다. 그런데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인 72시간 동안’ 국가는 단 한 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 위성을 쏘아올리고, 핸드폰으로 거의 모든 일상의 업무를 할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된 나라에서 침몰된 배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었던 300여명에 이르는 생때같던 국민들이 목숨을 잃어갔던 것이다. 이 사실 앞에서 어느 누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단 말인가? 어느 누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모두가 숨죽여 참았다. ‘희망’이란 단어를 부여잡고, ‘기적’을 간절하게 우리는 참았다. 단 한 명의 생명을 구해낼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이 오로지 국가에게만 있기에 무능해 보였던 국가지만 구조해 줄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고 참으면서 시간을 견뎌냈다. 그러나 국가는 초기 구조과정의 실패를 인정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은 혹시라도 참사의 귀책이 대통령에게 향하게 될까봐 모든 상황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그 와중에 대통령이 분양소에서 조계사에서 보인 어처구니없는 상황인식은 일고의 가치조차도 없었다.

희생자 가족의 인내도 숨죽여 참아온 국민들도 모두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파괴당했다. 마지노선의 파괴자는 국가였지만, 인내의 마지노선을 넘은 국민들을 향해 일부에서는 국민성을 운운한다.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KBS 전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의 발언으로 비롯된 유가족들의 청와대까지 행진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5월9일 김시곤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길환영 사장이 원죄자인데 자신만 잘리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지만, 국민의 편이 아닌 정권편향적인 방송을 일삼아왔다. 김시곤은 마치 구조에 의해 잘린 희생자 코스프레를 가감 없이 보였다. 독재적인 구조에서 자신이 일삼아왔던 행위에 대해서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제2의, 제3의 김시곤들은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가 다시 언급되고 있고, 이번에는 꼭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잘 살펴봐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들이 국민과 노동에 대한 태도에 대해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태도를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지배세력들은 경제발전이란 우선 가치 하에 이윤추구에 몰입된 국가정책을 펼쳐왔고, 모든 불평등엔 무관심하다. 여기에 자본과 정권세력에 붙어 자신의 영달만을 챙겨도 벌 받지 않는 사회로, 오히려 이기적이고 몰가치적일수록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 그랬다.

이렇게 구조화된 권력구조에 대한 인내의 마지노선은 깨졌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출전해서 뻔뻔하게 안전을 운운하고 있다. 마치 세월호 참사의 비극과 자신들은 무관한 것처럼, 대통령부터 집권여당에 이르기까지 모두 유체이탈 중이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이제까지 인내를 내던지고, 직접 국가를 바꾸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에 이르게 한 모든 구조와 세력을 발본색원할 때까지 이 결심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고, 비로소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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