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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두 여자의 ‘희망 만들기’

외딴 섬마을에서 학대 받으며
살고 있는 소녀와 여경의 만남
아픔에 대한 공감·위로 전해
배두나·송새벽 연기변신 ‘눈길’

 

‘도희야’ 22일 개봉

2010년도 단편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를 시작으로 ‘11’과 ‘영향 아래 있는 남자’를 통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주리 감독이 첫 장편 데뷔작.

영화는 외딴 섬에서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는 한 소녀와, 아픔을 겪고 섬마을로 좌천된 여경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바다와 바로 닿아 있는 외딴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열 네 살 소녀 도희에겐 출구가 없다. 자기를 버리고 야반도주를 한 친엄마, 홀로 생존하기엔 어린 나이인 도희에게 보호자는 의붓아버지와 알코올중독 할머니뿐이다. 학교에서조차 왕따, 집에서는 일상적인 폭력의 희생자인 도희의 온 몸에 가득한 흉터는 아이를 덮친 폭력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그런 도희 앞에 서울에서 파출소장으로 전근 온 여경 영남이 나타난다. 마을 전체가 용인했고 도희도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용하와 또래 아이들의 폭력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보호해 준 어른이자 ‘도희’라는 제 이름을 불러준 최초의 어른 영남. 도희는 영남이 열어준 자그마한 출구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린다.

하지만 사사건건 영남과 부딪히던 용하로 인해 영남이 위기에 처하자, 나약하게만 보였던 소녀 도희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영남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가장 나약한 존재인 줄 알았던 ‘도희’의 최초의 반란은 영화의 마지막을 깊은 울림으로 장식한다.

한편, 경찰대 출신 엘리트이지만 땅끝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여경 영남은 폭력에 맞서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소녀는 집착으로 영남에게 매달리고, 상처받은 짐승을 거두는 것처럼 아이를 보호하던 영남은 그 대가로 사회에서 매장될 지도 모를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던 소녀 도희의 모든 것을 건 선택으로 인해 영남은 희망을 발견한다.

타인과 한번도 제대로 교감해본 적이 없는 지독히 외로운 두 사람의 이야기인 ‘도희야’는 자신도 상처가 있음에도 도희를 보호하는 영남, 그리고 유일한 구원인 영남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도희의 이야기를 통해 아픔에 대한 공감과 다른 한편의 위로를 전하는 영화다.

김새론의 명품 내면연기와 함께 두 성인배우의 연기변신은 영화의 가장 큰 기대요소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배두나는 여경 ‘영남’역으로 또 다시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다. 감정의 큰 진폭을 담담하지만 울림을 주는 연기로 표현한 배두나 만의 ‘영남’은 배우 배두나 연기의 새로운 장을 예고한다.

‘여행자’, ‘아저씨’등 나이보다 먼저 어른이 돼야 했던 아이들의 초상을 아프게 그려냈던 김새론은 상처투성이, 늘 얻어맞고 지내면서도 비밀이 있는 것 같은 소녀 ‘도희’로 분해 영화의 폭발력을 극대화한다.

‘마더’의 인상적인 스크린 데뷔 이래 ‘방자전’에서 ‘아부의 왕’까지 자신만의 코믹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은 송새벽의 연기변신도 눈에 띤다. 사람 좋아 보이는 마을 청년의 이면에, 술에 취해 의붓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용하’로 분한 그는 이제껏 보여 주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관객 앞에 선 보인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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