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사회]느티나무 벼룩시장은
[시민과사회]느티나무 벼룩시장은
  • 경기신문
  • 승인 2014.06.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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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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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순 수원여성회 상임대표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였다. 절구에 직접 빻아 만든 것을 손톱에 얹어 주고 작은 비닐로 감싼 후 마무리를 해 준다. 하루가 지나야 봉숭아물이 잘 든단다. 그리곤 도종환 시인의 ‘봉숭아’를 읊조린다. 잠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호사를 누리는 순간이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매탄동 산샘어린이 공원에서 수원여성회 영통지역분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느티나무 벼룩시장’이 열린다. 산샘어린이 공원은 마을의 상징인 4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빼곡한 집들로 둘러 싸여 위치하고 있다.

아이와 여성이 중심이다

이른 아침잠이 덜 깬 아이는 속옷 차림으로 눈을 비비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장에 나온다. 인형을 사라고 목청 높인 아이의 발그레한 얼굴을 보며 500원을 주저 없이 건넨다. 큰돈에 익숙지 못해 거스름돈을 잘못 내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지우개, 연필깎이, 최신 만화책, 딱지 등 실용적인(?) 물건을 가지고 나온다. 소문을 듣고 나온 어느 주부는 여름신발과 옷가지를 한보따리 풀어 놓는다. 제법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이다. 아이를 낳은 후 옷과 신발이 맞지 않아 가지고 나왔다며 즐겁게 장사를 시작한다. 옆에는 친정엄마가 함께 자리를 풀고 계신다. 아랍계의 의상을 한 외국인 여성은 전통지갑과 머리핀 등 일상용품을 한바구니 구매한다. 고향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산다고 한다. 시간이 무르익어 가면 1+1 행사도 하고, 서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위해서라면 경매도 서슴지 않는다. 최고액은 3천원을 넘을 수 없다.

나누고 소통한다

만삭인 예비엄마는 직접 만든 팔찌를 팔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며 부채로 더위를 식힌다. 예비 아빠도 함께 앉아서 열심히 응원을 한다. 꼼꼼한 남자아이는 전래놀이에서 배운 장명루를 동생에게 알려준다. 엄마에게 선물한다며 작은 손을 열심히 놀린다. 손재주가 있는 친구다. 더운 날씨에 창포로 머리를 감은 아이는 사탕을 건네며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 다음 달에는 집안행사가 있어서 나오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제법 전문성을 보이는 중·고생들은 풍선아트와 휴대폰 고리 등을 만들어 재능기부를 한다. 동주민복지협의체 위원들은 빵과 음료를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전달하기 위한 모금활동을 한다.

느티나무 벼룩시장은 많이 팔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아이와 어른이 만나고 할아버지와 손녀가 옛 놀이를 하며 작은 마음을 모아 모금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다.

작은 실천이 희망이다

7월 첫째 주는 여성주간이며 민선 6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후보자들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제안하며 열심히 선거를 치렀다. 이제 국민들의 선택은 끝났고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활동만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여성정책은 인권과 빈곤, 좋은 일자리와 돌봄의 사회화 등 사회 전반과 맞물린 다양한 문제를 동반하고 있어 그 해결의 실타래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풀어 나가야 할 일이 많은 시점에서 일상의 실천이 해결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한다. 법과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도 중요하지만 작은 실천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야말로 큰 힘을 가진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년차에 접어드는 ‘느티나무 벼룩시장’은 지역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실천의 장으로써 부족함이 없다. 나눔과 소통을 꾸준히 실천하며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지역의 여성들과 주민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7월에는 휴식을 갖는다. 8월! 시시콜콜 ‘느티나무 벼룩시장’이 활기차게 다시 시작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실천에 동참하며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불러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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