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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수원 성매매집결지, 시민공간으로 바꾸려면

 

수원역에는 인간을 성적 대상물로 간주해 상품처럼 전시하고 성매매 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성매매업소 집결지이다. 1960~1970년대 산업화의 궁핍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신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 여성의 인권이 유린된 현장으로, 모두가 불편해 하면서도 필요악이라며 외면한 곳, 성매매 알선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 곳이다. 이처럼 한 번 형성된 성매매업소 집결지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한국사회 성매매관련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성매매를 묵인·방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상권으로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2000년과 2002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참사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서야 여성들의 인권유린 실상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 제정과 함께 성매매업소는 사라지고 지역차원에서도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될 거란 기대를 가졌다. 한데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이 된 지금은 어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곳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단속은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성업 중이니 시민들은 우리나라에 ‘공창제도’가 있냐고 반문할 정도다.

여성 인권유린의 상징적 장소이자 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감금·폭력 등이 자행되는 곳, 조직폭력배들의 이권다툼으로 인한 범죄행위가 만연한 곳, 공권력에 대한 접대와 로비로 부패와 타락의 온상이 된 곳, 지역의 인권이 낙후된 이미지를 상징하는 곳이다. 현재 수원역 집결지는 상담소 통계 99개의 성매매업소와 170명의 여성들이 현장에 있으며 성매수자들은 내국인과 외국인 구별 없이 버젓이 드나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수원시가 오는 2018년까지 성매매집결지정비계획 발표와 함께 집결지 폐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는 공영개발, 민·관 합동개발,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적용해 다목적 상업공간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건물주, 성매매 업주 등과 협의체를 구성, 성매매업소를 폐쇄하고 향후 역세권 개발 방향과 맞는 업종으로 전업을 유도키로 했다. 또 전업을 희망하는 성매매여성들을 위해 ‘탈 성매매여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여 재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우려되는 것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 집결지 정비 과정에서 토지주와 건물주는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개발이익과 지가상승 등 반사이익을 노린다는 점이다. 이들 여성을 앞세워 생존권을 주장하며 업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며, 업주들의 집단행동으로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안 없는 밀어붙이기식 강제철거는 성매매피해여성들의 인권 침해와 갈등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수원시는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사사례를 발판으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집결지 폐쇄에 대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시는 여성친화도시, 인권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지역정비를 추진해야 하며 성매매업주와 건물주, 토지주의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과 더 이상의 영업행위를 강행할 경우 적극적인 행정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또한 집결지 폐쇄를 불법업주와 건물주, 토지주들의 이익 보장이 아닌,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집결지 공간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이번 수원시 공약처럼 여러 지자체에서 도시개발사업과 맞물려 집결지 정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인권과 복지가 살아있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 계획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는 성매매여성들에게 대안을 제시하여 탈 성매매 할 수 있는 지원방안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인권의 관점에서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지역적인 합의와 논의를 추진해 나아갈 때 성매매업소집결지가 시민의 공간, 지역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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