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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대화시간 많은 노인, 치매발병 적다

노인성 치매 최상의 치료‘예방이 우선’
매일 30분 심혈관 운동·즐기던 취미생활 유지
비타민 B 풍부한 음식·지방 적은 음식도 도움
심한 스트레스 불안·우울증·기억력 감퇴 초래

고령화사회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우려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연구보고서 등을 보더라도 올해 치매유병률이 9.58%(61만명)인대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이 크게 늘어 2020년 10.39%(84만명), 2050년 15.06%(217만명)로 전망되며 전체 인구 대비 치매 노인의 비중도 2012년 1.1%에서 2050년 5.6%로 5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증가는 사회적 비용 또한 늘 수 밖에 없어 지난해 11조7천억원으로 GDP의 1.0%였으나 2020년 15조2천억원(GDP의 1.0%)에서 2030년 23조1천억원(GDP의 1.2%), 2040년 34조2천억원(GDP의 1.4%), 2050년 43조2천억원(GDP의 1.5%) 등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조기 발견과 정부차원의 전문기관 설치 등 적극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게 보편적인 의학계의 사고다. 치매 영자 ‘dementia’는 정신이 없어진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 능력이 부족한 정신지체와는 달리 정상적인 지적 능력이 있던 사람이 후천적인 여러 요인에 의해 지적 능력을 상실하는 제반 경우를 통칭하는 말이다.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자적 질환이 60가지도 넘고 원인 질환에 따른 치매의 증상이나 경과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이는 치매가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일종의 증후군인 셈이다. 치매 진단은 빠를수록 좋다. 한나절 전의 일을 잊어버려도 또 늘 다니던 동네 슈퍼를 못 찾아도 노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노인성 치매 상당 부분은 알쯔하이머병과 같은 진행성 질환이기에 조기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다양한 정신병적, 신경학적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이같은 증상들은 치매의 주된 증상인 인지기능의 감퇴보다 오히려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요즘은 인지기능을 호전시키고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여럿 있기 때문에 초기 치료를 시작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매는 한번 걸리면 끝장이야! 방법이 없어”라거나 “늙으면 누구나 다 그런 거야”라는 편견은 머리에 담지 말아야 한다. 혹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수준높은 치매 전문병원을 전국각지에 설치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치매 예방

누구나 병을 얻기 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고대할 것이다. 치매 역시 최상의 치료는 예방이다. 물론 예방 접종과 같은 확실한 예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의 발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인자들을 미리 조절함으로써 치매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자족력= 혈관성 치매는 유전직계 가족(부모 형제) 중에 알쯔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있을 때 알쯔하이머형 치매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 정도 높다. 하지만 가족력이 바로 유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유전자 이상 등에 의한 유전성 알쯔하이머형 치매는 전체의 10~15% 수준으로 추산된다.

▲성격·스트레스= 성격이 치매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성격은 대인과 생활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뇌손상의 정도가 비슷한 경우라도 성격에 따라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나 가족들이 환자의 증상을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차이가 나게 된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 시간을 많이 갖고 평소 즐기던 취미 생활을 유지토록 하는 게 좋다. 또 스트레스가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심한 스트레스는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하고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 환자의 독립적인 생활능력을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

▲흡연= 미국의 한 역학조사에서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알쯔하이머형 치매 유병율이 낮았다고 보고되면서 흡연이 치매 예방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보다 정교한 후속 연구들을 통해 흡연자에게 치매가 적은 것이 흡연의 조기 사망에 의한 분석상의 오류임이 확인됐다. 흡연은 알쯔하이머형 치매뿐만 아니라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로 흡연을 삼가는 것이 치매 예방에 좋다.

▲호르몬 요법= 여성의 폐경기 증후군과 골다공증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에스트로겐 대체 요법이 부분적으로 이용돼 왔다. 최근 이 요법을 받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치매 유병율이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스트로젠 대체 요법을 일반화하려는 성급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에스트로젠은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의 위험성을 높이는 양면성을 지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또 호르몬 요법은 오히려 치매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어 치매 예방을 위해 호르몬 요법을 시행할만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

▲운동 및 식이요법= 비타민 B가 풍부한 음식과 지방이 적은 음식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균형있는 영양 섭취와 절주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매일 30분 정도 규칙적인 심혈관 운동도 도움이 된다. 노인의 경우, 의사와 상의해 연령과 건강 상태 등에 적절한 운동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위험 질환 관리=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고지질혈증 등은 알쯔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발병위험성을 증가시키는 노년에 흔한 대표적인 질환들이다. 만약 이같은 병을 앓고 있다면 미리미리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치매 치료

치매 환자 주위에서 “차라리 빨리 죽기나 하는 병이었으면”하는 목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 고통과 절망의 상당 부분이 치매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연유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치매를 병이 아니라 단순히 노화의 한 과정으로 보거나 불치병으로 인식해 전체 치매 환자의 87%가 진단조차 받지 않고 방치되거나 단순 보호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된 치매 환자들은 병세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다양한 정신병적 증상들을 보이게 된다. 조기 진단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 지혜로운 치매 치료의지가 절실하다.

치매 치료제라 하는 인지기능 개선제 개발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Aricept, Exelon, Galantamine 등의 약물이 국내서도 시판되고 있다. 약물 간에 효능 차이는 거의 없지만 용법이나 부작용의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들 세가지 약물은 모두 뇌 콜린신경계의 활성을 증가시켜 감퇴된 인지기능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초기나 중기 치매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또 모든 치매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기에 반드시 조기에 전문가의 진단 받고 사용해야 한다.

이런 보존적인 치료제 외에도 뇌세포 손상을 억제하거나 손상된 뇌세포의 재생을 촉진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으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들의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기 혹은 말기 치매 환자들과 다른 종류의 치매 환자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이 기대된다.

이제 치매는 결코 불치의 장애가 아니다. 특히 노년에 발병하는 치매는 비록 완치가 불가능하더라도 발병이나 진행을 5년 내지 10년만 지연시킬 수 있다면 환자가 치매로 인한 불편 없이 여생을 보낼 수 있다. 치매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바로 치매에 대한 무지와 근거 없는 무력감이다.

<도움말=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성남=노권영기자 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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