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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풀어본 무예]명량대첩 승리의 핵심 요인

 

누구라도 ‘무예(武藝)’란 말을 들으면 강한 주먹이나 날렵한 몸놀림부터 먼저 떠올린다. 남자들의 로망의 중심에는 ‘무예’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예를 익힌 사람 주위에는 허무맹랑한 무용담이 떠돌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선망의 눈빛을 보내곤 한다. 중국 무협영화에 등장하는 신비한 무공비급이나 특정 무술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신명이 난다.

하지만 전장에서의 무예란 개인의 생명, 나아가 국가의 운명과 직결되는 존재다. 조선시대 군사들은 늘 무예의 핵심에 대해 고민했고, 그것을 실전에서 재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훈련을 반복해야만 했다.

한동안 영화 〈명량〉은 말 그대로 대세였다. 인간 이순신과 장군 이순신이 영화라는 매체 속에서 적절히 녹아났다. 여기에 박진감 넘치는 해상전투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충무공’은 전쟁 같은 오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공을 뛰어넘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1592년 4월에 일어난 일본과의 전쟁은 조선이라는 국가의 시스템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정도로 커다란 재앙이었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겪으며 가장 많은 혼란과 변화를 겪은 곳은 다름 아닌 군대였다. 그리하여 조선군은 그동안 유지·발전시켜 온 무예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게 된다.

전쟁을 시작한 지 20일도 못 되어 수도 한성이 적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것은 군의 입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게다가 조선은 국왕이 수도를 버리고 개성과 평양을 거쳐 국경선 근처 의주로 피란해야 하는 한계 상황까지 내몰렸다. 물론 이후 북쪽에서 명나라 구원군이 도착했고 남해바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내륙에서는 관군과 의병이 활약해 전세를 만회할 수는 있었다. 이렇게 불리한 전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사 시스템을 재편하고 군사무예의 변화를 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에는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이 압도적으로 작용하였고, 승부와 직결되는 군사들의 무예 훈련은 조선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런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당대 최고의 병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예의 요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후 조선군의 최고 전략가들이 정리한 군사무예의 핵심은 일담(一膽 : 담력), 이력(二力 : 힘), 삼정(三精 : 정교함), 사쾌(四快 : 빠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가 담(一膽), 즉 용기다. 이것은 실제 전투상황과 직결된다.

창칼이 번득이고 화살과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는 담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오로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적의 움직임을 살펴 대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의 용기가 모이면 집단 즉, 군대의 사기(士氣)가 된다. 군대에서 사기가 꺾기면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하다. 정유재란시 명량에서 이순신을 따르던 군사들과 백성들이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되새겼던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독기어린 집념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군사들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힘까지 보태고, 이순신의 정교한 전술을 바탕으로 한 회오리바다에서 빠른 군사전개가 곧 명량대첩이라는 큰 승리를 이뤄낸 핵심 요인이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흔히 ‘사는 것이 전쟁’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그만큼 혹독한 경쟁 속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인지 요즘 여기저기서 ‘힐링(치유)’이라는 말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온다. 삶이라는 전투에서 심신의 상처를 입었으니 넉넉히 보듬어 달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인 셈이다.

전쟁과도 같은 일상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조선시대 무예의 요체인 담-력-정-쾌(膽-力-精-快)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자신이 부닥친 일에 대해 용기와 힘을 갖고 대응하면 일단은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전술적으로 정교하고 빠르게 처리한다면 최소한 실패의 늪에 빠져 허덕이거나, 좌절의 쓴맛을 보다 쉽게 건널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곳에서 기본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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