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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달빛 서정

 

가을이 깊숙이 들어찼다. 도서관 앞 가로수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꺼내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빛이 곱다. 풀벌레 소리 대신 멀리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가 달빛에 어우러져 한결 정겹다.

낙엽 하나 툭, 내 발등을 찍는다. 높은 곳의 질서를 아래로 떨구면서 남은 가을을 빠르게 물들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소리와 달빛과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있어 좋은 밤이다.

삼삼오오 층계에 올라서는 학생들의 수런거림부터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의 묵직한 발걸음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저마다의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분주한 듯 평온하다.

도서관에 오면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속도 빠른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기보다는 문장의 행간 속에서 삶을 배우고 지혜를 습득한다. 더디 넘겨지는 페이지 속에서 누군가의 고뇌와 완성되는 삶의 과정을 엿보게 된다.

한때는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도서관을 이용하는 횟수가 뜸해진다. 독서량이 준 이유도 있겠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 보니 한 권의 책을 펼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하고 정보를 취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된다.

차츰 종이책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전자책이 대신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서관을 찾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즐비하게 늘어선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언제 저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욕심과 설렘이 있었다.

책에서 나는 활자 냄새가 좋아 틈만 나면 도서관을 드나들었고 책을 베고 누워 있으면 책 속의 지혜가 다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베개 삼던 때도 있었는데 차츰 그런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달빛 은은한 밤에 시집 한 권 들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그 무엇이 부러울까. 등잔불에 머리카락을 그을리면서 책 읽는 시절도 아니고 헌책방을 드나들면서 중고 책값을 흥정하는 시절도 아니건만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승객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물론 문화의 흐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편리함에 너무나 쉽게 빠져들고 있다.

독서량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읽고 말하고 듣고 쓰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표준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은어나 줄임말을 사용하다 보니 정작 어떤 말이 표준말이고 어떤 표현이 옳고 그른 것인지 착각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책의 장르를 벗어나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함에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바른말을 바르고 곱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지금은 각처에 작은 도서관이 많이 생겨서 마음만 먹으면 내 가까이에서 언제든 좋은 책과 원하는 장르에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살찌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책장 넘겨지듯 넘겨지는 시간 속 활자와의 데이트를 시작해보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자작나무에게 묻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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