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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언제쯤 맘 편히 달력을 뜯을수 있으려나

 

거실 소파에 앉아 문득 달력을 보았다. 11월이란 글씨가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10여일후면 그마저 뜯겨나갈이다. 그리고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나를 맞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얼마안가 그 또한 운명을 달리하고 새달력이 그 자리를 꿰 찰것이다. ‘아니벌써’ 이렇게 됐나? 세월의 빠르기는 달리는 말을 문틈으로 흘깃 보는 것 같다는 격언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새삼 떠오른다. ‘또 2014년 마지막 날짜 들을 세어야하나’ 하는 아쉬움에 쳐다본 베란다 밖 낙옆 떨어진 나무들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어제 아침, 뉴스에서 ‘2015년 달력 본격 출시’라는 보도를 보고 서글픔에 하루를 그렇게 시작했다.

11월 달럭이 무겁고 12월 달력은 그 보다 몇배는 더 무겁게 느끼는 것을 무엇 때문일까. 뜯겨나간 10장이 남은 두장의 무게를 이길수 없는게 분명한데 느낌은 그렇지 않다. 가는 세월속에 있는 마음 탓일까 생각해 보지만 정답은 없다.

매년 안 그런 때가 없었지만 사실 올 한해는 유독 버거웠다.

우리네 삶을 짖누른 크고 작은 일들의 연속이 시리즈물처럼 전개 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삼켜버린 세월호 사건은 전국민의 가슴을 후벼팠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아픔의 진액을 흐르게 하고 있다. 연이어 터진 대형사고들,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를 남겼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그런가하면 일자리가 없어 20대에 이미 실업자가 되어버린 젊은이들은 돈도 직장도 없으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괴감속에 눈물을 흘려야 했고 이들을 뒷바라지 해야 하는 부모들은 등골의 휘는 각도가 더욱 깊어졌다. 그런데도 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 서민들의 삶을 서럽게 했다. 전기 가스 교통비 등 공공요금의 대폭 인상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거기에다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가계 빚이 가구당 7000만원을 넘어섰다..따라서 돈 없는 가장은 전세난에 몸부림쳤다. 하룻밤 자고나면 전세 값이 오르더니 최근엔 매매가의 60%를 넘겼다. 전세 대신 월세로 바꾸자는 집주인 강요에 세입자는 눈물을 머금고 외곽으로 그런데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뒷북치기'거나 현실과 엇나간 '말잔치'뿐이었다. 야당에서 조차 ‘신혼부부에게 무상으로 집한채를 주는 정책’을 띄우며 서민들의 염장을 질렀으니 무슨말이 더 필요 하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를 철저히 외면했다. 세월호의 아픔속에서 위로 받고 싶어하는 국민들이 그렇게 많았는 데도 말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당리당략에 휘둘려 가난하고 없는 이들의 시름을 외면했도 야당 또한 서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어떤 대안도 제시 못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열중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한 해였다고 자위도 해보지만 이런 일들의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물론 서민의 삶 이란게 어느것 하나 쉬운것이 없다는 것을 잘알고 있다. 그래서 때론 좌절과 실의를 맛보면서도 또 한편으론 성취와 기쁨의 순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같은 상황들이 발생 할때 마다 아쉬움과 분노가 치민다.

세상일에 비추어 나 자신도 돌아본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살아갈 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중년에 들어선 이후 이 말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이맘 때면 떠오르는 빅토르 위고의 경구가 있다.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한번도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얼마나 우리 가슴에와 닿고 울림을 주는 말인가.

아울러 올 한 해 진정으로 살아본 날이 얼마나 될까도 되짚어 본다. 하루하루가 금쪽같이 소중한 날들이었지만 무의미하게 보낸 날들이 허다했다.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의미없이 조각나버렸다. 무수한 실수와 패착,성급함과 게으름이 있었다.

아마 지난해에도 이런 반성을 한듯 싶다. 아니, 매년 연말 12월이면 달거리 하듯 되뇌였다는 표현이 옳을듯 하다.

그렇다면 이제 변화가 생겼을 법한데, 또 한 두장 남은 마지막 달력들을 가벼이 볼 만도 한데 여전히 무겁게 느껴진다. 언제쯤이나 맘편히 달력을 떼어낼수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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