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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마지막 단추 꿸 자리가 없으면 어떡하나

 

을미년 새해 들어 1월도 벌써 마지막 주다. ‘설날에 뭘하지…’ 아침에 혼자말처럼 하는 집사람의 중얼거림을 귀 뒤로 넘기며 출근은 했지만 묘한 여운이 남는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고 우물쭈물하다보니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어서다. 급기야 후회가 밀려오고 맘도 심드렁해졌다. 마음만 그런게 아니다. 되짚어보니 새해 계획했던것 어느 하나 순조 롭게 진행시킨 것이 없어 조바심마저 일었다. 낼 모레면 일년중 가장 날수가 적은 2월을 맞게 되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달 한달 가다 보면 또 올해도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인생의 흔적만 남기겠지 하면서... 그러나 이런것 들이 웬지 억울하다는 생각들었다. 본인의 게으름과 무능함보다는 ‘생활이 그대를 속인’ 사회적 요인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누구든 새해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결심으로 시작할 수 있어 좋고 새로운 계획에 거는 기대 또한 크기 때문이다. 그 계획 속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수많은 내용들이 있다. 생활속의 건강지킴부터 취업, 결혼, 승진 사업 등등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기업들도 시무식과 함께 새로운 국가 비전과 경영 구상을 하고 덩달아 주식시장은 랠리를 시작한다. 새해라서 가능한 일이다. 혹자들은 이를 ‘새해효과’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달이 다 지났으나 그런 효과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쳇말로 ‘껄적지근’하고 실망을 안겨주는 일들만 연속으로 발생했고 사람들이 새해에 세웠던 계획에 찬 물을 끼얹어 버렸다. 피곤함도 더하게 해주고 있다. 나 역시 그 피곤함속에 무력감을 느끼고 오늘아침 심난함과 조바심이 생긴 것 같다.

대통령이 나서 유감의 뜻을 표한 연말정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13월의 보너스로 기대하고 계획을 세웠던 직장인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후퇴하는 정부의 ‘아니면 말고식’ 정책이야 말로 국민의 희망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불거진 정부의 애매모호한 중산층의 기준. 일당으로, 시급으로, 계악직으로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세금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엊그제 담배세인상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 방침을 흘린 것이 그것이다. 이 또한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관계장관이 하루 만에 말을 바꿔 철회되긴 했지만 국민의 울화통은 터져버린 뒤여서 새해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 세금 인상 얘기가 나오자 정치권의 변신도 눈부셨다. 정부가 세금인상안을 얘기하자 모르는척 하고 있다가 민심이 악화 되자 ‘안돼’ 로 돌변 ‘추가 세금 논의 자체를 일축했다’며 홍보까지 펼치니 말이다.

지난 대선 때 ‘증세없는 복지 확대’를 공약한 게 박근혜 정부다. 하지만 퍼주기식 정부정책으로 공약이 공염불이 될지경에 이르자 무상복지 재원을 위해 ‘꼼수 증세’를 동원한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결국 소득을 숨길 수 없는 봉급생활자, 즉 알량한 ‘유리지갑’을 털려 했다는 비난에 휩싸인 것인데 욕을 먹어도 싸다.

그렇지 않아도 가진자와 없는자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갈수록 소득의 격차도 벌어지는 마당에 일어나는 일들이라 ‘타는 가슴’을 치유할 약도 없을듯 하다. 그나마 올해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속에 새해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노래 했지만 한달도 가기전에 나라가 이모양 이꼴로 흘러가니 남은 11개월의 여정이 심히 걱정된다.

따라서 이제 앞으로 얼마 안 있어 2월인데 마음속 고단함은 중순을 넘기고 있다고들 이야기 한다. 덩달아 피곤함도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단란하고 행복해야할 집은 짜증과 걱정이 넘쳐나고 예전엔 농담으로 듣던 이야기도 섭섭함이 앞선다고 한다. 자칫 단추를 잘못 끼운 1월 때문에 12월의 마지막 단추는 꿸 자리조차 없이 한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정치권과 위정자들은 이런 여론을 새겨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한다며 시늉으로만 하는 인적쇄신 같은 것 말고 발품을 팔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서 다음달부터라도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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