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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神醫·조선 義士’ 이태준 삶 그리다

 

몽골의 신의(神醫)이자, 조선의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대암 이태준 선생의 삶을 그린 역사 인물 소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이태준 기념공원’이 있다. 몽골인들은 이곳에서 매독이 창궐했던 1910년대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대암(大巖)라는 호를 가진 조선인 의사 이태준 선생을 기린다.

몽골에서 ‘신의’라고 불리던 이태준 선생은 타지에서 조선의 독립운동에 묵묵히 참여한 숨겨진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가 몽골에서 개업한 병원은 독립운동의 거점 중 하나였고, 상해 임시정부는 선생을 군의관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국내 자료는 현재 학술논문과 아동서 정도뿐이다.

이 책은 의사, 독립운동가, 그리고 신념을 갖고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으로 이태준 선생을 그려냄으로써 오늘날 한국을 가능하게 한 우리의 선조를 기억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왜경을 피해 한양을 도피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독립운동에 대한 다짐을 굳히는 계기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과의 만남, 혈혈단신으로 도착했던 중국 남경에서 보다 원대한 독립운동의 꿈을 품고 동지들과 몽골로 떠나는 여정, 몽골에서 우연히 매독 환자를 발견한 일 등 그의 삶의 전환점들에 주목한다.

소설 속에서 안창호 선생은 갓 의술에 길로 들어선 이태준에게 의사(醫師)만이 아니라 의사(義士)로도 살아가기를 당부한다.

또 소설은 심리에 대한 묘사를 구체화해 독자가 역사적 인물과 공감할 수 있게 한다.

몽골에서 치료한 첫 환자이자 진료 보조자가 된 베르테는 어느 날 선생에게 몽골에 사는 독특한 야생마 ‘타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타키’는 순치되지 않는 야생마이기에 ‘말과 비슷하나 결코 말이 아닌 짐승’이라고 한다.

선생은 타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본의 통치 아래 고분고분해진 조국의 벼슬아치들을 떠올리며 슬픔에 잠긴다. 이후 타키는 실제로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아내와 광활한 몽골 고원으로 한나절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고된 생활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속에서 이태준 선생에게 힘이 된 것 중 하나는 신앙이었다. 소설 속 이태준 선생은 성경 중 잠언의 ‘정의를 굳게 지키면 생명에 이르지만 악한 일을 좇으면 죽음을 불러들인다’라는 구절을 되새긴다.

소설을 통해 이태준 선생의 신앙생활이 어떻게 독립운동이나 의사로서의 활동과 이어져 있는 지 살필 수 있어 시대적 배경이나 한 인간의 삶을 단순화하지 않으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김장선기자 kjs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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