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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질병으로 간주 안하던 이상 상태

건강 위협하는 증후군 시스템으로 등장
증후군 (신드롬)

증후군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공통성이 있는 일련의 병적 징후를 총괄적으로 나타내는 말 또는 여러 증상이 합쳐져 하나의 종합된 증상을 형성하고 있으며 병인을 1차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복수의 다른 병인을 갖는 질환의 집합을 이르는 말로 정리된다. 또 몇몇의 증후가 늘 함께 인정이 되나 그 원인이 불명할 때 또는 하나가 아닐 때에 병명에 준하는 명칭 또는 질병의 증상이 단일하지 않고 그 원인이 불분명할 때 쓰인다.

질병에 걸리면 여러가지 이상한 상태가 나타나는데, 이것을 증상·증후·징후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증후군이란 용어는 고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존재했지만, 의학적 질환의 명명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세기 중반 무렵부터라 할 수 있다. 1900년대 초반 의학사전에는 불과 서른 종 정도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어림잡아 수천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의학주제표목에 2015년 현재 등재된 증후군만 해도 2천7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학분야에서 언급됐거나 제안된 모든 증후군을 포함하면 수 만 종에 이를 것이다.



◇증후군 분류

병명에 붙인 증후군은 최초 그 질환을 취급한 의학자의 이름 또는 환자의 이름을 따서 붙여지기도 했고 핵심적인 증상이나 신체기관의 병리 뒤에 붙여지기도 했다.

수 많은 병리적 상태가 관찰되고 보고되면서 질병을 명명하고 구분하는 체계에는 혼란과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동명이인의 의학자에 의해 서로 다른 질환이 동일한 증후군으로 명명되기도 하고 동일한 질환이라도 학파나 지역에 따라 다른 병명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 핵심증상 뒤에 붙인 병명은 때로 너무 길어지기도 했다.

한 의학사전에 의하면 증후군들은 평균 3개의 동의어가 있고 심지어 50여개의 다른 이름을 가진 질환도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수십에서 수백 종의 ‘증후군’이 제안되면서 의학용어나 질환을 분류하고 색인을 작성하는 학자들은 큰 골치덩이를 떠안게 된다.



◇증후군 범람

증후군이 어마어마하게 출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중요한 이유는 질병을 더욱 세분화할 수 있는 의학적 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새로운 질병의 발견은 인류의 복지에 대단한 기여가 아닐 수 없고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의학적 업적이다. 따라서 의학자들의 공명심 역시 수 많은 새로운 증후군의 출현에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 유행했던 의학자의 이름을 딴 증후군 명명법은 그 자체가 그러한 공명심을 부추기지 않겠는가.

과거에는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어떤 이상 상태를 질병으로 정의하고 치료해야 건강을 향상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학적 정보의 축적, 그리고 건강과 복지에 대해 높아진 요구도 증후군 범람의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예를 들면 고혈압, 고혈당, 고지질혈증, 비만 등의 성인병 특성으로 정의되는 ‘대사증후군’은 그 자체로는 주객관적인 증상이나 징후를 나타내지 않지만 다른 질병이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의학적 상태로 간주되는 아마도 현 시점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연구되는 증후군일 것이다.



◇증후군 용어 사용 문제점

의학 분야에서의 증후군 용어 사용의 문제점을 요약하자면 첫째로 너무 많은 증후군이 존재하며 이를 체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아직 고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 대두하는 중대한 의학적 상태를 ‘증후군’이라 명명할 수 밖에 없으므로 앞으로 더욱 많은 증후군이 출현할 것이다.

셋째는 새로이 제안된 증후군은 그 타당성에 관한 논란,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 등 일련의 후속된 의학적 파장을 일으키며 거기에는 오진 불필요한 검사나 약물남용 등을 포함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지불돼야 할 것이다.

넷째는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은 새로운 증후군에 관한 정보를 학습하고 임상현장에서 검증해 나가야 한다. 히키코모리 증후군은 단일한 질병인가. 아니면 기존의 우울증이나 성격장애로 설명될 수 있는 상태인가와 같은 중대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학적 질문들은 산재돼 누적되고 있다.

단순한 신체조직의 병리가 아닌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거기에 적응하는 인류에게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는 점점 복잡한 양상으로 인간의 건강에 도전한다. 의학계는 이와 같은 문제가 출현하고 해결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유사증후군 실태

의학세계 밖에서 출현하는 증후군의 문제는 무엇일까. 의학적 증후군과 같은 의미를 지닌 것들이 있다. 명절증후군, 번아웃증후군, 파랑새증후군, (미생)오과장증후군, 중2병(이 경우는 노골적으로 ‘병’이라 불린다) 등이 그 예다.

이 경우는 고통스런 체험을 포함한 주객관적인 증상과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 증후군과 유사하다. 이를 유사증후군이라고 한다면 이 증후군은 질병처럼 지각되며 ‘혹시 내가’하는 느낌을 일으킨다. 동일시의 과정을 통해 오히려 고통을 증가시킬 수 있고 건강염려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사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학적 의학적 검증의 부재에 있다. 특정 상황에서의 한시적 또는 정상적 심리적 반응일 수도 있는 고통을 병으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학적증후군과 유사증후군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의학자의 이름에 붙은 또는 의학용어에 붙은 증후군은 의학적 증후군인 경우가 많고 문화적이고 대중적인 용어에 붙은 증후군은 유사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유사증후군은 합리적인 대처와 적응을 요하는 것이지, 의학적 처치를 요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증후군 신드롬 과제

2015년 현재 증후군은 이미 의학이 독점하는 용어가 아니다. 사회적 문화적 현상에 붙여지는 용어이자 때로는 열정이나 에너지를 표현하는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교황신드롬’은 긍정적 사회적 에너지의 표출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의학을 벗어난 일반적 용례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증후군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만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증후군의 의미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당황스러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의학계와 같이 갖춰진 체계를 벗어나 증후군은 활개를 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진지한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들이 관찰할 의미 있는 현상에 사용되는가 하면 소비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상품으로 개발될 것이다.

의학 밖의 영역에서는 ‘증후군’을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현재로서는 ‘실재하는 어떤 현상’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미 실재하지 않는 창작의 예도 있고 특수한 목적으로 유발하고자 하는 아직 실재하지 않는 현상에 붙여질는 지도 모른다. 수 많은 현란한 상품의 유혹 속에서 영위해나가는 현명한 소비활동처럼 무수한 증후군 정보의 홍수 속에도 현명한 양분섭취가 가능할 것이다.

감각적 자극을 일으키는 얕은 언어적 유희에 마음이 흔들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도움말=하태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성남=노권영기자 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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